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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New Eurasianism / 푸틴의 미혹

New Eurasianism/ 푸틴의 미혹

고종 황제의 1896년 아관파천(俄館播遷)은 우리 역사에서도 놀라운 사건(Event)이었다. 힘이 없이 부패한 조선 왕조가 넘어져 갈 때 임금의 생명을 보호해줄 근위대(近衛隊)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목숨을 위해 몰래 왕궁을 빠져나와 러시아 공사관으로 왕세자와 함께 피신한 망명이었다. 당시 러시아 제국은 군대가 조선에 까지 왔으며 일본 중국과 함께 극동 아시아의 패권을 다툴 때이니, 이제는 중국조차 기울고 일본은 새로운 위협이라 러시아를 선택했다. 그때 러시아는 왕조주의(王朝主義)였는 데, 곧 바로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공산주의로 방향을 바꾸고 세상을 위협하던 소련(蘇聯)을 만들었다. 연이어 노일(露日) 전쟁과 청일(淸日)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므로 극동 아시아가 일본 천지로 변하여갔고, 우리 조선이 망하여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 되고 말았다. 다시 미국이 개입하여 2차 세계 대전을 승리하므로 우리도 인본의 압제에서 해방될 수 있었으니 마침내 1948년에 대한민국을 새롭게 건국 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시베리아를 점령했고 극동 태평양의 캄차카와 사할린 까지 확장하고는 지구 상에서 최대 영역의 국토를 차지하였으니 그들의 대망(大望/ envision)이 어떠했는가? 1997년 러시아의 정치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Alexander Dugin/ 1962-)의 책 ‘지정학의 기초,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The Foundations of Geopolitics: The Geopolitical Future of Russia)’와 함께 푸틴과도 박자가 맞았다. 그것은 곧 유럽 서쪽 끝인 아일랜드의 더블린(Dublin)에서 아시아 동단(東端)의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까지 의 광대한 유라시아 제국의 꿈이었다. 영국을 EU에서 떼 내고,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위험하며, 독일은 러시아의 자원에 의존하도록 심화시키고, 미국의 인종/ 종교 분열과 고립주의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등의 전략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바로 두긴의 야망을 자신의 국제 정치 각본을 삼았다. 밀월 같은 러시아-중국의 관계도 종국엔 중국을 해체하고 오히려 일본을 작은 파트너로 생각했다. 대망은 바람직했지만 그 미혹(迷惑/ delusion)은 그지 없이 허망하지 아니한 가.

2차 세계 대전 이후로 유럽 역사에서 가장 큰 탱크 전투가 우크라이나 평원에서 전개되고 있지만 두긴과 푸틴의 꿈은 쉽지 아니하다. 22년의 독재 권력을 거머쥔 푸틴(Vladimir Putin)의 전쟁, 그의 지위 유지를 위한 생존 행위라고 까지 하니, 협상하는 듯 보강하고 키이프에서 물러나서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 또 대거 공격을 한다니 말이다. 자기가 침략을 시작해 놓고 퇴패 하자 막다른 핵무기 사용 카드까지 꺼내 들고 전 세계를 향하여 위협할 지경이 아닌가. 엉큼하고 어두운 속내를 크렘린 궁전 같다고 흔히 말해왔는데, KGB 출신의 푸틴을 아무도 예단할 수가 없다. 조 바이든과 서방은 3차 세계 대전이 터질까 봐 두려워서 푸틴을 정면 대결 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거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는 정도다. 우리 6.25 때 소련제 탱크로 밀고 내려온 북한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서울을 포기하고 남쪽으로 밀려 내려갔던 회상이 생생하니 저 들판에서 세계 최대의 탱크를 보유한 러시아의 공격이 어찌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