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인의글

라일락 향내 / 芝蘭之室

라일락 향내/ 芝蘭之室

꽃 지는 송춘(送春)을 아쉬워하며 지나가는데, 아 상큼한 라일락 향기! 저 향(香)의 분자가 얼마기에 이토록 풍성한 아로마(aroma)를 모자람 없이 공급할 수 있나. 실로 꽃 피는 봄은 자연의 지란지실(芝蘭之室)이 아닌가. 지초와 난초의 그윽한 향내처럼 스위트 한 계절이다. 아름다운 꽃 천지에 라일락 향까지, 그래서 봄의 향연(饗宴)을 예부터 사람들은 그리 노래한 것이 리라. 화창한 봄 볕에 맑은 공기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인가 도 싶다. 값이 없이도 무한히 즐기는 이런 봄을 억만금을 준다고 살 수 있으 리요!

공자가어(孔子家語 四卷 六本)에 일렀다. “선인과 함께 지내는 것은 난초 향기 그윽한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오래 있다 보면 난초 향기가 나지 않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그 향기와 동화 되었기 때문이다. 악인과 함께 거하면 마치 생선 가게에 들어감과 같으니 오래있다 보면 그 악취를 못 느끼는 것은 또 자신이 악취와 동화했음이라(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久而不聞其臭 亦與之化矣).”

꼴불견은 눈을 감으면 그만이 지만, 악취(惡臭)에 코를 감을 재간은 없지. 간혹 노인 내가 나는 곁에서는 여간 거북하지 않았으나 귀띔해주고 싶지만 서로 늙어가는 처지에 어찌 남을 서럽게 해주 랴, 망설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라일락처럼 요새 날마다 향기가 무한 공급될 때는 정말이지 사랑하는 사람들 다 불러다 함께 나누고 싶을 정도다.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하면 저런 향기일까, 지란지실(芝蘭之室)이? 라일락이 있는 데가, 지란지실에 는 누구나 절로 향기로울 수밖에! 오래 향기를 맡으며 함께 지나면 그 냄새를 잊을 정도가 되리니 내가 그 향기에 젖어서 함께 동화가 되기 때문인 까닭이야 삼척동자(三尺童子)에게 라도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이렇게 내가 함께해야 할 향기가 어떤 사람인 가를 아주 쉽게 말하지 않나. 그리하여 같은 논리로 다른 이치까지 부연하여 예증을 했다. 생선 가게에 들어가서 오래 함께 있으면 역시 같은 효과, 오래 동화(同化) 되어 역겹던 비린내도 잊어버린다는 말이다,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하면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처럼 나도 모르게 악취로 동화 된다니 까. 향기의 방 지란지실(芝蘭之室)로 가자, 생선 가게 포어지사(鮑魚之肆)로는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