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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Speaking with Bravado / 道聽塗說

Speaking with Bravado / 道聽塗說

논어(論語 陽貨)에 “공자가 말했다, 길거리에서 듣고서 길거리에서 마구 말하는 것은 덕을 버리는 것이라(子曰, 道聽而塗說 德之棄也).” 이어서 “비록 좋은 말을 들었을지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이는 스스로 그 덕을 저버린 것이다(雖聞善言 不爲己有, 是自棄其德也).” 도리어 지식을 체득하여 속에 깊이 간직하는 묵이지지(默而識之)하라고 논어(論語 述而)에서 역시 그가 말했다. 그렇게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스스로 탐구하여 쌓은 지식이나 잘 숙지(熟知)하여서 논리를 정리하지도 않고서 어디서 조금 들은 말로 마치 전문가인 양 호언장담(豪言壯談)을 하는 허풍선이의 말을 영어로는 허세를 부린다[Speaking with bravado]고 하니 한갓되이 호기(豪氣)만 부리는 어처구니없는 한담(idle talk)일 뿐이다.

그 반대 개념은 숙지[熟知/ well-informed)한 깊은 논변인데, 지금처럼 온갖 정보가 넘쳐 나는 사회에선 유투브 입네, 카카오 톡과 같은 수많은 인터넷 sns의 매체를 타고 순간적으로 우리의 핸드폰에, 노트북에 쏟아져 들어오지 않는가. 그걸 하나 보고서 마치 자기가 다 아는 것처럼 도청도설을 한다면 진실로 공자의 개념에선 자신의 인격적인 덕(德)을 포기한 소인배(小人輩)로 전락하는 행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런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날마다 너무나 도 많이 겪는다는 사실이다. 밤낮으로 카톡에는 친구와 친지들이 온갖 동영상이며 괴이한 사진, 시, 명언, 명상, 경고, 건강 조언 등등 너무나 성가실 정도로 난무(亂舞)하여 친구에게 보내지 말라고 요청하면 도리어 위해서 하는데 성의를 무시한다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지 않나. 심지어 언론인들마저 ~라고 비판한다, ~로 논란 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 ~로 분석되고 있다, 등등의 소위 ‘~카더라’는 논조로 보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육하원칙(六何原則)에 따른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보도하지 않고 막연하고 모호한 논조는 실로 가짜 뉴스의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아니던가.

일전에 초면에 송시열(宋時烈)의 주자학(朱子學)을 강조하면서 윤증(尹拯)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을 만났다. 혹 회니논쟁(懷尼論爭)을 깊이 있게 들을까 해서 귀를 기울였는데, 윤증의 아버지 윤선거(尹宣擧/ 1610-1669)를 윤선도(尹善道/ 1587-1671)로 혼동을 하고 있었다. 회니논쟁의 내용도 숙지하지 못했고 해남윤씨의 윤선도와 파평윤씨의 윤선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그가 주장하려는 송시열의 중국을 높이는 존화(尊華) 정신에 바쁠 뿐이었다. 역사는 시간의 간극과 켜켜이 쌓인 문화와 이념을 분석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혼란하기 쉬운데, 정작 스스로 공부하지도 않고 어느 강의를 하나 듣거나 유투브의 인용으로 자기의 주장을 펴려고 할 때면 견강부회(牽强附會)나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야기될 수가 있다. 나는 과연 도청도설(道聽塗說)에 빠져 묵이지지(默而識之)의 덕(德)을 저버린 적이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