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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Cultural Journey / 임청각(臨淸閣) 고택체험

Cultural Journey/ 임청각(臨淸閣) 고택체험

여행은 체험이다. 새로운 관찰로 일상의 시야로부터 다른 세상의 이해와 그를 통한 자신의 재발견이라고 도 말한다. 바람을 쐬는 작은 소풍(消風)에 하이라이트로 고택 체험이 선택했다. 일상에 바쁜 사람들이 색다른 체험을 실행하면서 심신을 새롭게 하려는 일로 근년에 한국에선 서양 여행자들에게 소위 절간 경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여서 일각의 호응을 받았던 것 같다. 영어로 소위 ‘템플 스테이(Temple Stay)’는 제목의 테마 여행[them tour]이다. 흔히 1박 2일 정도로 사찰에서 지내면서 구경꾼으로서 가 아니라 생활 자로서 그 분위기에서 직접 짧은 생활을 하고 참여하고 실천해보는 여행 체험 프로그램이다. 멀리 못 가는 경우에는 서울의 봉은사에서부터 시작했던 작은 시도였던 것 같은데, 뒤로는 전국적으로 여러 사찰에서도 그리하고, 후에는 한옥체험 같은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호텔에서 보다 한국에 왔으니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몸으로 겪어보라는 작은 시도들을 연전에 제법 실행한 외국인들이 많아서, 서울의 한옥 게스트하우스 같은 데서 채택했던 메뉴였다. 나도 20여 년 전 전남 해남의 대흥사에서 템플 스테이를 할 때 야간에 화장실(outhouse)을 가면서 고요한 하늘의 밝은 달은 내 영혼을 말갛게 씻겨준 기분이 실로 색달랐다. 서울에서 한옥에서도 옛 우리 생활의 일 면을 새롭게 느껴본 그 프로그램을 경험도 이채로웠다. 그런 아이디어는 지금 지방에서도 개별적으로 고택(古宅) 체험, 종택(宗宅) 체험도 있으니, 우리 일행 넷은 안동 댐 낙동강 가 99칸 집으로 처음 지었던 임청각에서 하룻밤 고택 체험을 했다.

호텔이나 여관은 어디에나 비슷한 방인데, 500년 묵은 집의 임청각은 침대 없는 우리 전통식 방에 요를 깔고 누우며, 창호지를 바른 물살로 만든 고풍의 열고 닫는 맞닫이 문을 열고 드나들어야 한다. 밤에도 밖으로 나가 신발을 신고 돌계단을 내려가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 불편함도 체험의 일환이니까. 상해임시정부(上海臨時政府)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石洲 李相龍/ 1858-1932)의 생가, 1515년에 건립된 99간의 이름난 고택이었다. 1910년 나라를 잃자, 석주는 이듬해 재산을 팔아서 독립 자금으로 만들고 가족을 이끌고 그 옛 집을 뒤로 하고 서간도(西間島)로 가서 신흥무관학교(新興武官學校)를 설립하는 등 독립 운동에 몰두하다가 끝내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이역에서 작고한 애국 지사였다. 그가 놓고 간 고택은 일본의 압박으로 정기(精氣)를 끊는 뜻이었는지 일제(日帝)는 그 고택의 절반을 잘라서 낙동강 변으로 기찻 길을 내버렸었다. 그러던 철도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지금 그 옛 모습을 복원하는 중이다. 임청각은 동진(東晋)의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언급된 말에서 따온 것이었으니, “동쪽 언덕에 올라가 휘파람을 길게 불며 맑은 물가에서 시를 지으리라(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는 데 서다. 낙동강 맑은 물가에서 시를 지으며 살려 던 그 이름이 아닌가. 동향 비탈에 아침 해는 동북(東北) 사이의 바로 간방(艮方) 산 위로 와우! 눈부시게 올라오지 왔다! 바로 앞에 기차가 지나다니던 철로(鐵路)도 이제는 다 걷어버렸다.

박식한 안내자는 밤에도 우리를 자세히 안내하면서 고택의 구석구석과 500년 묵은 기둥과 들보 하나도 배경까지 역사를 풀어주어 여간 자세하지 않았고, 이상룡 선생의 고성이씨 내력도 언급하면서 백두산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백두대간의 지맥까지 짚으면서 그 집이 어디에 위치하는 가를 확인하였다. 음력 4월 초 엿새 초승달이 높이 올려 지은 사랑 채 기와 용마루 위로 조화를 이룬 배경으로 멋진 밤 사진까지 찍어주도록 세심하였다. 예전에 손님에게 야 참을 하던 것처럼 토산물 사과와 수박, 문어까지 옛 모양대로 한 접시 올린 안주에 술 상까지 다 차려 내왔으니. 아, 개다리소반(小盤)에 작은 잔치 상 받던 옛날을 회상케 하는 조반까지 우리가 자던 사랑 채까지 직접 날라와서 소박한 옛 맛. 신토불이(身土不二)의 배추로 직접 담갔다는 김치에 콩가루를 묻힌 부추 반찬, 명태를 보픈 양반의 옛 메뉴는 그저 볼 정도이지만 겸 상으로 차린 옛 모습의 조반 체험도 참 오랜만이었다. 물론 특별히 소개를 받아서 대접을 받은 것이나 우리 말고도 몇 팀이 와서 묵었으니 체험 여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은 모양이다. 내가 처음 온 것은 아니지만 임청각에 숙박하면서 고택 체험은 종택 체험도 되었으니 아주 의미 있는 산 문화 실천 소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