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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Virtuous Woman / 아내의 슬기

Virtuous Woman/ 아내의 슬기

어머니 날[Mother's Day]은 미국의 교회에서 시작 되어서 5월 둘째 주일로 정해졌고, 후에 한국 교회에서도 그렇게 지켜오다가 5월 8일로 정했는데, 마침내 는 다시 어머니와 아버지를 아울러서 어버이날로 공인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세상에 아니 계시는 어버이날이라 꽃 한 송이라도 드릴 수 없어 감사한 마음에 안타까움과 회한의 감회일 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머니/ 어버이날엔 대체로 여인에게 감사하여 꽃과 선물로 사랑을 표현한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잠31:10)/ Who can find a virtuous woman? for her price is far above rubies(KJV).

이완(梅竹軒 李浣/ 1602-1674)은 효종(孝宗)의 북벌(北伐) 정책에 따라 성곽을 새로 쌓고 제주도에 표류한 화란(和蘭) 사람 하멜(Harmel)로 하여금 신 무기까지 제조하도록 하면서 청(淸)나라를 치려고 효종과 함께 10년을 준비했지만 효종이 승하(昇遐)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고, 후에 우의정(右議政)에 까지 제수(除授) 되었지만 그해에 작고 하였다. 그의 부인 서산정씨(瑞山鄭氏)는 박색(薄色)이어서 소실(小室)까지 두었다고 하는데, 탁월한 슬기로 남편의 앞길을 혜안(慧眼)으로 조언했던 뒷얘기가 흥미를 끌었다. 한밤중에 입궐(入闕)의 어명을 받은 이완 장군이 조복(朝服)으로 갈아입는데, 부인이 쫓아와 행차의 향방을 물었으나 마땅찮아 하였다. 그래도 그녀는 “무관(武官)이신데 이것으로 갈아 입으셔요!” 준비해서 들고 온 무관의 옷을 내밀었다. 생각하니 오밤중에 장군을 임금이 부른 것이 아닌가? 갑옷을 차리고 창덕궁 돈화문(敦化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난데없이 솔 숲에서 화살이 날아들어 투구를 튕기고 갑옷 사이에 꽂힌다. 부인의 놀라운 혜안(慧眼)이 아니었던 가. 나는 어제 돈화문 앞길을 산보 하면서 이완 장군과 그 부인의 슬기를 생각했다. 필시 4백 년 이상 그전에는 양 옆의 작은 언덕에 솔이 우거졌을 것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의연한 장군의 기품을 잃지 않고서 당당히 대궐 문으로 드는데, 세상에나! 임금이 문간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니. 효종(孝宗)이 병사들을 시켜 그를 시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임금은 그에게 “내 장군에게 중국 사신이 가져온 붓 한 자루를 나누어 쓰려고 불렀소.”

밤중에 붓 하나를 받아서 귀가하자 기다리던 아내가 무슨 일이었는가 물었다. 사실을 말해주자, 야심한 때에 어명이니 필시 다른 뜻이 있을 것이라고 재촉하니 한 마디만 더했다, “이 붓 하나 받았을 뿐이오.” 붓을 관찰한 아내가 돌에 다 붓을 놓고 방망이로 두들겨 깼으니, 접힌 작은 쪽지가 나왔다! 거기에는 임금이 극비로 쓴 북벌 계획이 적혀있었다는 것이다. 여성의 번뜩이는 직관이 여기 돋보이지 않나? 현숙한 여인은 남편을 훌륭하게 할 수 있다. 범상한 사람은 조복(朝服)이 임금을 알현하는 예복이요, 붓은 붓일 뿐이라 여길지라도, 현숙한 그녀는 남이 못 본 깊은 혜안(慧眼)을 지녔으니, 임금이 비밀리에 테스트하고 있었음을 어찌 알았을 가? 실로 루비보다, 진주보다 더 값비싼 무가(無價)의 슬기가 아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