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와 양반의 땅에/ 懷尼故鄕
예학(禮學)과 기호(畿湖) 학맥의 대표인 돈암서원(遯巖書院)과 새 대통령 윤석열의 문중인 파평윤씨(坡平尹氏)의 고현(古縣)인 논산을 갔기에, 조선 시대의 한 소용돌이로 오래 논쟁이 되어온 회니시비(懷尼是非)를 생각하지 아니할 수가 없고, 또 ‘충청도 양반'을 그 두 지명으로 되새겨보지 않으리 오. 반세기도 더 전에 은진미륵(恩津彌勒)을 보러 갔던 추억이 새롭고, 이미 고인(故人)이 된 김복 친구네 논산 복숭아 과수원과 그땐 관향도 묻지 않고 사귄 윤호 친구는 이제 소식도 알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필시 파평윤씨였을 그의 부여 귀암(龜巖)의 집에 까지 갔지만 윤증(尹拯)은 몰랐고, 양반들의 학교 돈암서원조차 찾을 줄도 몰랐으니, 논산(論山)이 양반 땅임을 어이 알았을까. 신라 때부터 공자의 땅처럼 니산현(尼山縣)이었고, 그로서 이성(尼城)이 되었고 그런 공자와 논어(論語)의 말이며 유학(儒學)을 논하는 양반의 땅이 된 곳을 뒤늦게 내 생각을 정리해본다.
마침 새 대통령이 된 파평윤씨 그의 충청도 양반 문중 옛 연고지이기도 하니. 백제의 수도 웅주(熊州)가 지금은 공주이지만 고대의 인물들이 모여 살던 문화 중심지의 한 속현(屬縣)이 이성(尼城), 노성(魯城)이 되었고 연산(連山)과 은진(恩津) 등과 연이어 다 공자(孔子)의 이름과 그가 살았던 이구(尼丘)와 노(魯) 나라의 땅 이름에서 이산(尼山)과 얽히어 충청도 양반의 땅 지금의 논산이 되었을 것이니 유서도 깊고 오랜 양반의 사연이 또 얼마이겠는가. 거기 노성면에서 가마솥에 깊이 우려냈을 작은 시골 동네의 소머리국밥을 구수하게 우리가 먹으면서 2천 수백 년 전 공자의 옛 땅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예까지 이어져 온 온고(溫故)의 맛을 조금이라도 음미할 수 있어서 기쁜 여행이 아니었나. 그 양반 전통의 환경에서 윤석열이 나올 수가 있었고, 그의 방조(傍祖) 윤증(尹拯)이 여기에 뿌리를 내렸으니 말이다. 우암(尤庵 宋時烈/ 1607-1689)과 그의 제자 명재 윤증(明齋 尹拯/ 1629-1714)이 벌인 논쟁이 회니시비(懷尼是非), 회니(懷尼)는 우암(尤庵)의 대전 회덕(懷德)과, 윤증의 논산 이성(尼城)이 그 고향(故鄕)이었던 고로 그 앞 글자를 딴 이름에 서다.
나의 관향은 진천(鎭川)이나 우암은 은진(恩津)인데 송씨는 여산(礪山)이 가장 인구가 많고 두 번째가 은진이라, 우리 송가는 세 번째로 3만의 인구일 뿐이다. 어려서 듣기로는 우암이 회덕송씨(懷德宋氏)였지만 은진송씨라는 것도 몰랐으니까. 그만큼 은진송씨는 회덕(懷德)에 크게 세거(世居)했기에 붙여진 별칭이 아니겠는가. 그 씨족 때문인지 본래 그 지명이 그랬는지는 내가 찾아보지 않았으나 실상 논어(論語)의 공자의 말에서 따왔을 것이니 아예 유가(儒家)의 이름이라 운명적으로 유학(儒學)의 고장이었고 충청도 양반의 터전이 된 것 같다. 어떤 추론과 통계 해석으로는 조선의 소위 양반(兩班)의 수는 대단히 적었고, 그 분포에서 충청도가 다른 데보다는 갑절 이상 두 배도 넘었다니, 저절로 양반이 많았으며 또 높은 신분의 계급 사회라 그들에 대한 예우가 특별해서 충청도에서 온 사람을 그렇게 ‘충청도 양반’이라고 황규 일행이 해석을 했다. 논어(論語 里仁)에 공자가 말한다,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편안한 데를 생각하며, 군자는 법을 생각하고 소인은 혜택을 생각하느니라(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 懷刑 小人 懷惠).” 이 대목 논어의 주해(註解)는 이렇다. “회덕은 본래 가지고 있는 선을 보존하는 것이고, 회토라 함은 그가 머무는 데의 편안함에 빠지는 것이며, 회형은 법을 두렵게 여김을 이름이요 회혜는 이(利)를 탐하는 것을 말함이다. 군자와 소인의 취향이 서로 다르니 공(公)과 사(私)의 차이일 뿐이다(懷德 謂存其固有之善, 懷土 謂溺其所處之安. 懷刑 謂畏法 懷惠 謂貪利. 君子小人趣向不同 公私之間而已矣).” 이 충청도 양반의 땅 논산과 회덕, 회니(懷尼)를 이제 밝혀 생각해본다, 다시 양반의 세상, 양반의 대통령 답게 전통문화의 가치도 빛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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