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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사대주의와 모화 / 自主精神

사대주의와 모화/ 自主精神

자주 정신(an independent spirit)은 독립 정신과 같은 말이며, 국가적으로는 외국 세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권을 수호하려는 정신을 말한다. 우리가 오랜 동안 이웃 강대국인 중국에 의존하여 오면서 큰 나라를 섬기는 사대주의(事大主義)가 있었다는 논의와 중국을 사모한다는 모화사상(慕華思想)이 심한 경우가 있었음을 자성(自省)하기도 한다. 지금 결사적으로 전쟁을 하는 우크라이나는 이웃 강대국 러시아가 합병하려는 침략으로 인한 큰 시련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독립 정신을 다하고 있는 좋은 예증이다. 러시아와 한 나라였던 구 소련에 속하였고 그 이전에도 침략과 합병으로 다소 우리의 처지와 흡사한 면도 없지 않으나, 지금은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자주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1592-1597년에 임진왜란의 국가적 위기에 명(明)나라 신종(神宗)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다시 나라를 이룩하게 해준 그 은혜를 ‘재조지은(再造之恩)’이라면서 선조 임금도 감사했었다. 임진왜란 때 명 나라의 요청으로 우리나라에 중국의 관우(關羽)를 모신 동묘(東廟)를 세웠고, 후에는 명 나라에 감사한다는 만동묘(萬東廟)를 세워서 명 나라의 신종 황제와 그 마지막 황제 의종(毅宗)의 위패(位牌)를 모신 사당을 세워서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만동(萬東)이라 함은 공자(孔子)의 말인데, 만절필동(萬折必東)의 줄임말로 ‘만 번을 꺾여 돌지라도 황하(黃河)는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의미라, 불굴의 절의(節義) 곧 변함없는 군자의 정신을 상징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표현은 아무리 어려워도 그 은혜의 명(明)나라 곧 중국에 대한 변함없는 신하로서 충성 된 자세라는 뜻이기에 논란이 이어진다.

2019년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미국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Nancy Pelosi)에게 선물한 자신의 휘호(揮毫)로 그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한문 족자를 선물했을 때, 당시 미국 신문에도 소개하여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휘호 자체의 어설픔과 함께 미국에다 대고 중국을 사대(事大)한다는 그 말이라 부적절하고 실례(失禮)라고 까지 혹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정권의 노영민 중국 주재 대사가 중국에 신임장 제정 때 방명록에도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 썼다고 사대주의라며 비판을 받았다. 노론(老論)의 종장 우암(尤庵 宋時烈/ 1607-1689)이 이 말로 만동묘를 짓도록 수제자에게 유언 하므로 괴산(槐山)에 만동묘(萬東廟)를 세워 명 나라 두 황제를 제사 지내오고 있다. 당쟁(黨爭)의 오해와 대를 이어가면서 주장하는 옛 사상으로 만동묘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많은 현대의 한국인들조차 만동묘와 만절필동의 바른 뜻을 옳게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 같다. 자주독립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서있는데, 어이 아직도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와 모화(慕華)에 기울어야 하겠는가! 자주 정신, 대한민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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