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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황혼 黃昏

 

황혼 黃昏

저 산 너머 구름사이로 석양이 흘러 들어가니
서쪽하늘 붉게 뒤섞여 황혼에 물드는구나.

창공을 날던 기러기도 노을빛에 넋을 놓아
날개 짓조차 잊고서 땅 위로 떨어지듯 내려앉네.

호수를 오가던 물고기도 노을빛에 넋을 뺏겨
헤엄 짓조차 잊고서 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네.

저 산 너머 구름 아래로 석양이 걸쳐 떨어지니
서쪽하늘 붉게 달구어 황혼에 젖는구나.

들길 옆 피어있던 꽃들도 노을빛에 넋을 놓아
향기조차 멈추고서 말없이 꽃잎을 떨구고 있네.

대지위로 불어오던 바람도 노을빛에 넋을 잃어
소리조차 멈추고서 조용히 숨결을 고르고 있네.

#박순원 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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