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과 Memorial Day
오늘 현충일(顯忠日)은 목숨을 다하여 나라에 충성한 사람들을 높여 기리는 현창(顯彰)의 날이다. 이를 영어로 말할 때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라 하는데, 그런 날을 미국에서도 그렇게 국경일로 기리는 이름이라 서다. 실상 그 둘이 정확하게 는 차이가 있고, 큰 범주에서는 같다고 도 볼 수 있는데, 이참에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도 우리의 상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충(顯忠)은 충성을 높이 기린다는 말이고, 메모리얼(Memorial)은 기념이라는 말이라 충성을 기리는 옛 개념과 쉽게 기념한다는 말도 비교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현충일은 나라에 크게 충성을 다하여 목숨을 바치거나 노력하고 공헌한 사람들을 높이고 존경을 그분들에게 표하는 기념일인데,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는 구체적으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거나 봉사하다가 죽은 군인들을, 특별히 전쟁에서 싸우다가 세상을 떠난 용사들을 추모하고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날이다. 확실한 차이는 한국의 현충일은 군인이든지 아니든지 가리지 않고 나라에 충성을 다하다가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날이고, 미국의 메모리얼은 죽은 군인들을 기리는 날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메모리얼 데이에 현역 군인이나 퇴역하여 살아있는 재향 군인을 기리지는 않으니 거기는 재향 군인의 날(The Veteran's Day)이 따로 있으며, 민간인으로 나라를 위해 정치나 경제, 사회적으로 출중 하게 충성했을지라도 그런 사람들의 충성을 메모리얼 데이에는 현창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민주 투사(民主鬪士)로 군인이 아니었을지라도 나라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까지 현충일에 특별히 칭송 하는 경우가 있지 않던가? 한국의 현충일은 반드시 나라를 위하여 충성하다가 세상을 떠난 군인들만이 현창(顯彰)의 대상이 아니라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충성의 개념이라는 말이다.
물론 우리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의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날이 현충일임에는 틀림없다. 왜적과 싸우다 순국(殉國)한 이순신(李舜臣) 장군을 기리는 사당(祠堂)이 현충사(顯忠祠)로 이름 한 것을 보면 군인을 기리는 것이 현충일의 중요한 의미임도 분명하지만, 동시에 국권 회복을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한 선열을 추모하는 날이라고 도 설명하고 있으니 군인이 아닌 정치인이나 일반인들도 포함된다. 3년 전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항일 투쟁을 하고 1948년 월북 하여 북한 최고 인민 회의 대의원이 되었던 북한의 정치인 김원봉(1898-1958)을 언급하면서 ’그가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 했으니 이념적 정치인까지 추념 하려는 대통령의 인식까지 있었다. 충성이야 온 국민이 다 나라에 충성하여야 하는데, 현충일엔 우리도 전쟁이나 국가의 방위를 위해 싸우다 죽은 군인들을 기리는 날로 구체화하는 것도 의미가 더 빛날 것 같다. 너무 확대 하지 말고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군의 호국 영령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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