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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삼복더위/ Dog Days

제부도에서

삼복더위/ Dog Days

 오늘이 한창 무덥다는 중복(中伏) 날이다. 정독 도서관으로 올라가는데, 어제도 한여름! 벚나무 숲의 찌르라기 매미들이 완연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매미도 한 철! 초복이 지나면 열흘 뒤가 중복이고, 말복(末伏)은 금년엔 오는 8월 15일. 삼복(三伏)은 대개 양력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에 오는 가장 무더운 소서와 대서가 있는 높은 열기가 극에 달하고 습도가 아주 높은 저기압이며, 바람도 잘 불지 않아서 땀을 흘리니 이 더위[暑氣]를 이기려고 열기와 싸우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에 몸이 허약해지기도 쉽다. 사람도 잔뜩 쳐지니 억세던 개들도 땅바닥에 배를 깔고 뻗어서 늘어지지 않던가.

 복날[伏日]을 영어로 번역할 때는 ‘개의 날[dog days]’로 하는데 우리의 보신탕과 관련된 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다만 영어의 이미 무더운 날을 독 데이(Dog Days)라고 했던 표현을 그대로 끌어다가 삼복(三伏)의 더운 날과 우연히 일치가 되었으므로 그렇게 dog days라고 한 것이다. 일찍이 로마에서 1년 중에서 가장 무더운 7월에서 8월 초까지를 그렇게 불렀던 것은 바로 그 즈음에 하늘의 별인 큰 개 별자리라는 천랑성(天狼星)이 밝게 빛나는 때이고 바로 그 천랑성(Sirius) 때문에 무더운 여름날을 독 데이(Dog Days)라고 했던 것이다. 지금은 대개 양력 7월 3일부터 8월 11일 사이를  독 데이라고 한다니, 바로 우리의 삼복더위 때인 것이다. 일찍이 사람들은 무더운 날에 혀를 길게 빼고 헐떡거리는 개들을 보고서 덥다는 모습을 그렇게 인지했을 것이다. 우리 한문(漢文)의 개 견(犬) 자도 큰 대(大)자로 동물의 몸체를 그리고는 더위에 헐떡거리는 개가 혀를 길게 내민 모습을 나타내는 丶을 위에 찍어서 개를 그린 게 아니겠는가. 개는 우리처럼 몸통의 발한(發汗)으로 몸을 식히지 못한다니,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혀를 한껏 내밀고 헐떡거리는 것인데, 혀로 수분을 증발 시켜서 열을 줄이고 헐떡거려서 공기 순환으로 열기를 내리는 방법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우면 개는 항상 혀를 길게 빼고 침을 흘리며 헐떡거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찍이 개를 집에서 순화 시키면서 발견한 혀를 빼내는 모습이었기에 그런 모습을 한문 글자로 그렸던 것이다.

삼복의 몸 보신은 고대 주(周)나라 때에도 그 기록이 있다니, 사기(史記)에 따르면 춘추 전국 시대 진(秦)나라의 덕공(德公)이 삼복에 신하들에게 고기를 내렸다는 걸 보더라도 삼복에 고기 먹기는 오랜 관습이었던 것 같다. 하기는 삼복이야 명절도 아니고 예전부터 잡절(雜節)처럼 여겨서 남정네들은 천렵(川獵)이나 가서 더위를 식히며 고기나 술을 즐기는 피서의 한 방편이었으니까. 날짜도 정일(定日)이 아닌데 다 3번으로 나뉜 초, 중, 말복이라 번폐스럽기도 하며, 바캉스를 즐기려는 직장인들에게는 쉬는 날도 아니다.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같은 건 오히려 심장과 순환기에 부담을 주어서 소위 관상동맥(冠狀動脈)에 해로울 수도 있다 지만 전통적으로 더위를 이기기 위한 영양 공급이 절실하다고 믿어왔으니 삼계탕이라도 오늘 또 먹어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