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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行遠自邇/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

7월17일 백미항에서

行遠自邇/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

 “군자의 길은 마치 먼 길 여행과 같아서 반드시 가까운 데서 부터 시작하고, 높이 올라가려면 반드시 낮은 데서 부터 출발하는 것과 같다(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예기(禮記)와 중용(中庸)에도 이미 말했다. 이를 우리 속담에 간략히 집약했으니, ‘천 리 길도 한걸음 부터’라 하지 않았는가! 노자(老子)도 일찍이, ‘천 리 길은 바로 발밑에서 시작한다(千里之行 始于足下)’ 라고. 아무리 먼 길도 가장 가까운 데서 출발하고, 아무리 깊은 곳을 간다고 해도 역시 가장 얕은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한걸음부터.

 무엇보다 기초를 먼저 잘 배우지 않으면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귀에 실을 꿰지 아니하고 우선 급하다고 바늘 허리 질끈 묶어서 바느질을 하면 한 땀도 못다 하여서 새로 다시 실을 귀에다 꿰어야만 한다. 기초가 확실하지 않은 채 일을 진행하면 우선은 잘 나가는 것 같지만 중도에 다 그르치게 되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기초를 확립해야 하지 않는가. 이제 입추(立秋)가 하루 지났으니 새로운 계절로 접어들게 되었고, 여름에 밀쳐두었던 새로운 기획의 프로젝트(a new project)에 착수할 좋은 때이다. 꼭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을 손에 잡을 수도 있고,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향할 수도 있다. 혹 그 일의 계획이 너무 급해서 서둘러 착수하고 싶은 유혹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원자이(行遠自邇)’를, 천 리의 먼 길을 나아가는 그 시작 점에서 첫발을 내디디시기를!

 흔히 노령(老齡)에 이르면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日暮途遠]’고 말한다. 시간은 다 가는데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은가? 뒤를 돌아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라, 적지 않은 길을 우리는 이미 걸어왔다, 아직 가고 싶은 데가 많겠지만 다 갈 수야 있겠는가? 그래도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설사 꼭대기까지 못 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그 꿈을 향하여 그 계단에 착수해 봄이 어떠랴. 덥다고 밀쳐두었던 운동도 이 가을에 다잡을 목표 점을 정하고서 열 걸음부터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첫발이 중요하고 그 시작과 기초가 중요하니까 말이다. 먼 길도 가까운 데서 시작한다는 ‘행원자이(行遠自邇)’를 새삼 되 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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