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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Multipolarity/ 다극채제

지리산 성산재에서

Multipolarity/ 다극채제

 구 소련이 무너지자 미국 일변도의 한 나라만의 지향주의(unipolar)가 되는가 싶더니, 소위 신 냉전(新冷戰)이라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불꽃이 튀기지는 않으면서도 조용히 버티는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어 양변적(Bipolar)이 되었는데, 중국의 부상으로 이제는 러시아와 중국이 한편인 양 되고 미국과 서방 세계가 한편이 되어서 이 세계가 서로 항거 하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군사력이 크다고 러시아가 이웃 약소국을 자기네 입맛대로 침략한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유럽의 작은 나라들이 새삼 안보에 크게 불안해졌다. 발트해(Baltic 海)의 강원도만 한 크기의 맹지(盲地)인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라는 월경(越境)에 떨어진 러시아가 점령한 땅이 있는데,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바닷가에 위치하여 추운 러시아가 부동항(不凍港)으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경제력이 약해진 러시아가 겨우 지키고 만 있는 가난한 지역이다. 실상 독일의 영토로 7백 년이나 소유했으니 유명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고향이기도 한데, 세계 2차 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독일이 포기하자 소련이 차지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소련 연방이었을 때야 문제가 없었지만 그들이 1991년 독립하면서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맹지는 지금 러시아 국민도 육로로 가려면 반드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거쳐 가야 하므로 그 나라의 비자를 받아야만 한다. 러시아와 벨라루스(Belarus)는 거의 한 나라와 같을 정도로 문제가 없지만 벨라루스에서도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거쳐야만 칼리닌그라드를 갈 수가 있다. 여기에 문제가 대두 되기 시작했으니 유럽의 불안이다. 나토(NATO) 동맹국이 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특별히 그렇다. 거기에 또 무슨 일이 곧 벌어질지? 폴란드는 지금 러시아의 인근 약소국을 향한 공격성을 예단할 수가 없어서 비록 나토에 가입되어 있기는 해도 우선 급한 방어를 대비하여야겠기에, 이번에 가성비(加成費)가 좋은 한국 전투기와 탱크를 자그마치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액수로 계약을 했다고 하지 않는가. 당장 러시아가 거기 칼리닌그라드를 연결하려고 리투아니아나 폴란드로 침공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생기는 모양이다.

 태평양의 서쪽에는 일본과 호주와 뉴질랜드가 미국 편에서 이번 타이완 문제에 대해서도 한 편인데,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同盟國)이면서도 경제적인 이익 때문에 중국을 많이 의식해서 어정쩡한 정치 외교적 입장으로 양 다리를 걸치는 것 같은 태도에 불안하다는 국민들도 적지는 않다. 인도까지도 중국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소위 4개의 나라 연합이라는 군사 협력을 꾀하는 미국, 호주, 일본, 인도가 힘을 합치지만 한국은 거기서 빠져서 미국이 함께 하자는 제안에 쉽사리 허락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정부는 외교적으로 미국 쪽에 기울어지는 모양새이기는 하다. 그래서 어제부터 시작한 한미 연합 군사 실전 훈련을 하면서 중국의 관심을 모으고도 있지 않은가. 소위 다극 체제인 것 같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국제 질서에선 미국 협력 체인가, 중국과 러시아에 쏠리는가 의 양극 체제와 같은 셈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복잡한 요인들이 있을지라도 냉혹한 힘의 균형에서는 어정쩡한 중립이란 지금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세계의 현실인 것이다. 11월에 인도네시아에서 모이는 '2022년 G20 발리 정상 회의(the 2022 G20 Bali Summit)'에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온다고, 또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도 올 것 같으며, 중국 시진핑도 올지도 모른다는 데, 서로 등을 돌리고 만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극 체제가 작동할까, 양변 적으로 세계가 갈라져 힘을 과시하려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