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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자의 당(黨)/ 舟楫鹽梅

군자의 당(黨)/ 舟楫鹽梅

 지금의 대통령은 관현악단[Orchestra]의 지휘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앙상블(ensemble)의 효과를 연출하려면 각 파트의 특기와 조화를 성취해내는 것이 지휘자의 능력이다.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혼자 명령하는 것 만으로 국사(國事)가 이루어질 수 없으니 그 많은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인재(人材)들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지휘를 하고 그 모든 소리의 하모니를 연출해내는 것이 지도자의 탁월한 기능인 까닭이다. 취임 한지 100일이 지났으니 태어난 아기로 말하자면 이제 사람으로 자라나기 시작한 것 같은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든 것이다. 전면에 등장 시킨 주된 연주자 몇 명이 자기 정치를 한다고 중 뿔나게 제 악기 소리만 크게 불다가 불협화음(不協和音)이 불거지고 말았고, 가장 큰 후원이어야 할 여당(與黨)의 젊은 당수(黨首)가 제 분수를 모르고 배신자의 이미지만 연출 되고 말았으니, 친구와 후원자가 초반부터 앙상블에 문제가 터지게 했으니 말이다.

 염매주즙(鹽梅舟楫)이라 고도 하는 주즙염매는 임금에게 매우 긴 한 말로 그런 인재(人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즙(舟楫)은 배와 노로, 위험한 바다에서도 끝까지 지켜줄 필수적 장비이니 끝까지 보좌하는 충신을 은유 한다. 염매는 소금과 매실(梅實)이니 옛날 음식에 맛을 내는 필수적인 조미료였기에 임금을 섬기는 중신(重臣)은 벼슬아치들을 잘 조화 시키고 백성들을 돌보아 정치를 잘 담당해주는 요리사와 같은 어진 대신(大臣)을 비유하였다. 비단 왕에게만 아니라 우리 개인의 인생에도 그런 친구와 동당(同黨)의 동료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망망대해(茫茫大海)의 인생 항로에는 믿을 것이 배와 노(櫓)이고, 음식 맛에 간을 내는 소금과 신맛을 맞추어주는 매실이 있어야 했듯이, 함께 어우르는 삶에 가치를 돋우어주고 남들과 어울리며 세상을 조화하는 그런 친구들과 인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하루아침에 될 수야 없겠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우리가 겪어온 친지들이 있고, 끊임없이 새로 만나는 사람들을 꿰뚫어보는 혜안(慧眼)과 관록으로 주즙과 염매와 같은 인재들을 윤 대통령의 관현악단에 잘 배치되고 조화되기를 희망한다.

 공자(孔子)도 말했다, “세상에는 끼리끼리 모이고 사물에 따라 무리가 나뉘어 길흉(吉凶)이 생겨난다(方以類聚 物以羣分 吉凶生矣). 군자는 군자와 무리를 삼고, 소인은 소인들과 무리를 삼으니 끼리끼리 무리 짓고 모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君子與君子爲羣 小人與小人爲羣, 以類而羣聚 自然之理也). 군자는 도(道)로서 좋게 되고, 소인은 이(利)로서 흉(凶)하게 되니, 이 역시 바꿀 수 없는 이치로 다(君子以同道而吉 小人以同利而凶, 此亦不易之理也). 그러나 불가불 엄격히 할 것이 소인의 당(黨)을 멀리하고, 불가불 친하고 가까이할 것은 군자의 당(黨)이니라(然不可不威而遠之者 小人之黨也, 不可不親而近之者 君子之黨也).” 임금도 대통령도 군자도 끼리끼리 당(黨)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소인과 군자를 분별하여 군자의 당을 만들고 군자의 당에 소속하며, 군자의 당과 함께 역사를 이룬다는 뜻이 아닌가. 삼국지에 소열제(昭烈帝) 유비현덕(劉備玄德/ 160-223)이 삼고초려(三顧草廬)로 만난 제갈공명(諸葛孔明)이야말로 주즙(舟楫)이 아니었나? 제갈량의 충성은 유비와 그의 아들까지 황제로 섬기며 끝까지 목숨을 바쳐서 충성을 했고 심지어 자기 아들까지 죽도록 충성했다니 까. 윤 정부(尹政府)에 제갈공명 같은 인물이 발탁되길, 삼고초려를 해서 라도. 그리하여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하듯 대한민국 만을 위한 진심 어린 단충(丹衷)의 현신(賢臣) 같은 주즙(舟楫)의 인재가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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