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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피는 물보다 진하다/ 骨肉是百代之親

장릉

피는 물보다 진하다/ 骨肉是百代之親

한국에서 보다 혈연(血緣) 관계를 더 강조한 사회는 없을 것 같다. 효(孝)와 혈연이 귀중한 사회관계가 어느 사회보다 우리 조선에서 강조되어온 가치관이 아니었던가. 지금은 가정과 효(孝)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시든 상태이지만 여전히 종친회(宗親會)와 문중(門中)이 선조의 제사를 지내고 해마다 회합을 하며 물려받은 종재(宗財)가 성씨마다 종산(宗山)이며, 위토(位土), 재실(齋室), 근년에는 빌딩과 같은 부동산 등도 가진 종중(宗中)들이 아직도 많지 않은가.

혈연의 가족과 친척이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것은 영어의 표현에도 있으니 서양에서도 그런 가치관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Blood is thicker than water)”는 것이다. 그래서 재산 상속(相續)으로 혈연의 가족들끼리 도 분쟁이 있는데, 미국의 주간 잡지 ‘피플(People)'에 시카고(Chicago) 지역에서 조셉 스탠캑(Joseph Stancak)이라는 사람이 87세로 2016년 1천1백만 달러 상당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서 그 재산이 그의 친척 119명에게 우리 돈 6천만 원 정도 씩 돌아간다는 색다른 기사가 세상에 관심을 끌었다. 아무런 유언도 남기지 않았고, 혼자 살다가 그런 재산을 남겼는데, 형제자매가 일곱이나 있었지만 모두가 자식이 없이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기에 상속자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법에 따라 주(州) 정부에서 접수해 그 상속자를 지난 5년 동안 백방으로 찾았다니까.

그의 부모의 친척들은 대개 폴란드(Pland)와 슬로바키아(Slovakia)에 살고 있고, 미국에는 뉴저지, 뉴욕, 미네소타 주에 흩어져 있는 119명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재산을 나누면 한 친척 당 약 우리 돈 6천만 원 정도가 돌아간다는 말이다. 놀라운 것은 그들 모두가 다 하나같이 ‘조셉 스탠캑’ 이라는 친척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 다니 말이다. 뜻밖의 횡재(橫財/ windfall)를 얻게 된 그들인데, 우리 같으면 그래도 성씨라도 같고 족보에서 라도 찾을 수가 있지 않았을까? 물론 그들 에게도 가족 나무(family tree) 같은 기록이 교회 세례명부나 지역 기록물로 남아 있겠지만 우리와는 성씨 개념이 다르니까. 오랜 세월 잊어버린 친척도 횡재를 가지고 돌아왔으니 실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 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네 조상들은 일찍이 백대(百代)가 지나간 먼 촌수라도 핏줄의 친척이라고 강조했으니, 곧 ‘골육(骨肉)은 백대지친(百代之親)’이라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