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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행정 서비스도 마음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북한 독재정권의 연평도 폭격사태 때문에 삶의 터전이던 섬을 떠나 인천의 한 찜질방 2층에서 지내고 있는 연평면민 500여명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우리의 주민을 위한다는 위민행정은 거북이 걸음이다.

눈에 확 들어오는 다양한 색깔들이 조합된 반짝거리는 마케팅 팜프렛은 어떤 맥락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인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의 목소리에 담긴 마음의 진정성을 느끼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단순한 기계적 능률 수준에서 환자 마음에 온기가 전달되는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밝은 웃음과 맑은 목소리,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이라는 약간의 호의를 가지고 있음을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나와 직원들의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다.

서비스 마인드라는 말처럼 서비스, 즉 봉사는 다양한 교육, 세미나, 훈련 등을 통해 표현하는 형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여행에서 여행자의 만족도는 상담, 항공, 호텔, 식사, 관광지, 쇼핑같은 통제가능한 다양한 물리적 요소보다 여행자와 가장 가깝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가이드의 말과 호의적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서비스 표준화도 물론 당연히 중요하지만, 표준화란 제도 자체가 서비스와 관련된 예측 가능한 변수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지, 서비스의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은 될 수 없다. 사랑하는 연인이나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마음처럼 서비스는 기술이나 연출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받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우선 자신이 기대한 수준에 가까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입장을 이해하고 납득하게 된다. 자신이 기대하던 정도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배려나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까지 세세한 관심을 가져주는 서비스를 받았을 때 비로소 만족이라는 느낌을 넘어 감동하여 고마운 마음까지 가지게 된다.

국가 행정이나 의료업을 포함하여 모든 서비스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고객이 옳고 바르고 정의롭기 때문에 객관적인 균형이 이루어질 수 없다. 서비스란 자체가 그것을 필요로하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고객과 서비스 주체 사이에 공정함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진심으로 웃으며 고객 또한 웃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국가주도의 경제 개발의 시기를 겪으면서 고도의 경제적 발전은 이룩했지만, 아직도 진정한 서비스의 전형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유도 알고보면 우리들 잠재의식 속의 사농공상 사상이나 양반상놈이라는 의식저변의 상대적 비하습관에서 비롯된, 서비스는 사회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행동이라는 잘못된 인식때문이다. 서비스의 질적 깊이에는 끝이 없지만, 우리의 몸에 밴 '척'하기 좋아하고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습관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기도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느끼는 당혹감과 실망감이 자신있게 자기주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막고 회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과도하게 부여된 동기의 결과 너무 큰 의욕을 가지고 많은 것을 계획하고 약속하며 출발을 한다. 충분한 장거리 달리기의 훈련도 없이 무작정 마라톤 대회에 달리러 참가한 젊은이들이 10km를 넘어서 자신이 제대로 장거리 달리기를 해보지 않았으면서 지금 달리는 어려움에 당황하고 실망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매뉴얼이라는 규정이나 제도의 잘못으로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살아가면서 무언가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익숙하지도 않는 여러가지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다가 의료분쟁으로 싹을 틔우지도 못하고 중단하는 안타까운 경우들을 종종 본다. 처음에는 하나라도 제대로된 서비스를 꾸준하게 제공하여 인정을 받으면서 하나씩 더해져서 늘려 나가는 것이 바른 방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은 하지말고 저것은 해도 된다는 식의 매뉴얼은 서비스업에서는 불필요하다. 기준을 생각하고 거기에 맞추느라 자신의 생각이 없어지고 그 결과 행동에 활력을 잃게 된다. 그냥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기만 하는 된다는 것이 정답이다.

연평주민들의 편안한 삶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대하며, 나도 더욱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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