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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칠팔월 은어 곯듯

칠팔월 은어 곯듯/ 像七八月 銀魚消瘦


음력으로 7, 8월이면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와 산란을 한 은어(銀魚)가 수척해지는 것을 일컫는 표현이 ‘칠 팔월 은어 곯듯 한다.’는 속담이다. 돌연 수입이 줄어들어 생활이 심히 곤란해진 데 비유한다. 내가 자라던 앞 강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꽁치 만한 은어가 올라오고, 납작하고 아주 얇은 나무판을 작게 구부려 만든 오리 형상을 줄로 연결하여서 물 위를 끌면 마치 오리 떼가 달려오듯 해 은어를 몰아간다. 한쪽으로 몰아서 초망을 던지면 한가득 씩 잡아 올리는 이들이 있어 많을 때는 바지게로 져다 나를 정도였다. 밤에 그냥 그물을 던져서도 잡고 낚시도 한다. 특별히 음력 7, 8월은 산란하는 시기가 다가와 활동적이다.
민물에서 부화하면 늦가을에 바다까지 내려가서 겨울을 나고서 봄이면 서서히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1년 어간에 생장 하는 고기라서 연어(年魚/ year-fish)라고도 하는데, 더러는 2, 3년을 사는 경우도 있으나 1년을 자라서 성어(成魚)가 되면 알을 낳고 알에다 정액을 분출한 수컷들도 대개는 죽는다. 영어로는 그 고기에 수박 향이 난다고 스위트 피시(sweetfish)라고 하며 일본이 서양에 알리는 바람에 점(鮎), 향어(香魚), 아유(Ayu/ あゆ/ 鮎 香魚)라고도 소개되었고, 아유는 곱고 아름답다는 뜻이란다. 특히나 맑은 물을 좋아하는 은빛 나는 매끈한 모양 때문에 우리도 은어(銀魚)라 하지 않는가. 예쁘기도 하고 향도 좋은 은어가 예전에 여름 물을 건너면 많을 때는 발에 걸칠 정도였으니 우리의 자연에 풍부했던 것 같다. 온갖 화학 물질에 댐(dam) 건설 등 하천도 달라져 은어조차도 길이 막히고 드물어진 세상이다. 도시 중심의 생활 양식은 자연 속을 조화하면서 살던 옛일들이 전설로 사그라지는 처지다.
세월의 변천과 인식의 변화로 익숙하던 속담도 이젠 낯선 표현이 되니 옛 생각에만 친숙하던 은어(銀魚)만 튀어 오른다. 홍수가 질 때면 휩쓸려 내려가지 않으려고 상류로 올라와 작은 개천까지 빽빽하게 몰려오던 붕어 떼도 잊을 수가 없다. 손으로 마구 움킬 정도이고, 물이 빠질 때 언덕 밑으로 통 발을 대면 가득 가득 붕어들이 채워지기도 했으니 깨끗이 해서 큰 솥에 푹 삶아 뼈를 추려내고 애호박이며 야채를 넣고 매운탕이나 생선국을, 더러는 국수를 끓여도 풍부한 단백질에 맛도 좋았다. 그러나 자연 재해로 인한 수확이 어렵거나 춘궁기(春窮期)에는 굶주리는 역경도 겪었으니, 그때면 “7, 8월 은어 곯듯” 굶주려 수척해진다고 표현했던 것이다. 실상은 먹지 못해 곯은 것보다 알 낳고 난 가을이면 은어가 홀쭉해졌을 테니 삶의 의무를 완성하고 마감하는 과정이 아니었겠는가. 이젠 고향에도 은어 보기 어렵고, 옛 속담도 희미해졌다. 굳이 찾으려면 양식(養殖)이나 댐을 막지 않은 타 지역에 가야겠지만, 음력 7, 8월 추억 속에는 은빛 은어가 아직도 뛰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