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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삼백의 尙州/尙州서

삼백의 상주/尙州서


예부터 질 좋은 흰 쌀과 일찍이 거기 순전한 명주(明紬)가 빼어났고,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정도인 상주 곶감의 하얀 분으로 삼백(三白)의 땅이란 별호가 났는데, 황금 들판을 질러 들어온 시내의 가로수에도 누런 감 주렁주렁 한창 달려있네. 동춘당(同春堂 宋浚吉/ 1606-1672)을 기리는 흥암서원(興巖書院)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효산(曉山)은 연시를 따 들고 맞이하였으니 크고 둥근 홍시가 입에서 철철 넘쳤다. 속리산 줄기 서북 쪽의 찬바람을 막아주고 동쪽의 젖줄이 온난하여 아열대의 감나무가 적절해 일찍이 감의 고장이 되었으니 천혜(天惠)의 땅 삼백(三白)의 상주를 낙천(樂泉)도 이 국추에야 체득하네.
낙동강 제1경은 상주의 경천대(擎天臺) 아래로 1천 4백 리 가운데 토막에 서려 놓았다. 굽이굽이 강물이 빚어낸 절경(絶景)을 조망하기 위하여 솔 밭 속을 소요(逍遙)해 오르니 정상은 근래에 세운 콘크리트 전망대로 이끈다. 그 옛날 사벌국(沙伐國)을 한눈에 펼쳐 놓았네. 상주와 함창 평야는 사방 산들로 병풍을 둘러 상산(商山)의 지형을 잡고는 옛 이름 낙양(洛陽)의 동쪽이라 낙동(洛東)이란 강 이름이 여기서 나왔으니 가운데 줄기가 상주를 휘감아 흐를 수밖에. 고대의 진한(辰韓) 땅은 사벌국이 되었다가 으뜸 고을 상주(上州)로, 상락군(上洛郡), 마침내 는 상주(尙州)로 정착한 기나긴 역사의 곡절마다 저 낙동 줄기에 녹여있지 않았겠는가. 효종(孝宗)의 총애를 받았고, 봉림대군(鳳林大君)과 3세자가 청(淸)나라 심양(瀋陽)에 볼모로 가 있을 때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후에 가서 그들을 받들다가 돌아왔던 우담(雩潭 蔡得沂/ 1604-1645)이 자연을 벗 하며 도를 즐기려 던 풍호영귀(風乎詠歸)의 은거 지였네. 공자 제자의 멋을 따라 이름 한 무우정(舞雩亭)과 병자호란을 피하였던 그의 경천대 작은 비는 숭명(崇明)의 의리를 강조하려 그의 손자가 세운 모양이다. 채득기가 지은 봉산곡(鳳山曲)도 크게 기록하여 써 붙였다. “가노라 옥주봉(玉柱峯)아, 있거라 경천대야, 심양 만리 길이 멀다 해도 얼마나 멀며....... 잊으라, 가노라, 가노라 있어라. 성은이 하 망극하시니 갚고 다시 돌아오리라.”
상산김씨(商山金氏), 이씨, 박씨, 황씨, 최씨, 주씨, 등, 온양방씨(溫陽方氏)의 1세조인 중시조 방운(方雲)이 상주출신이라 상주방씨에서 온양방씨가 되기까지 , 한 때는 상주를 관향으로 하는 112개 성(姓)이 있었으나 지금까지도 16개 정도가 있을 정도로 여러 성씨의 터전이라고 토박이 효산이 자세히 일렀다. 도남서원(道南書院)은 상주목사로 왔던 유성룡(柳成龍/ 1542-1607)과 협의하여 우복 정경세(愚伏 鄭經世/ 1563-1633)가 지방 유림들과 처음에 포은 정몽주(鄭夢周/ 1338-1392), 한훤당 김굉필(寒暄堂 金宏弼/ 1454-1504), 일두 정여창(一蠹 鄭汝昌/ 1450-1504),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1491-1553),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을 배향 하려는 목적으로 세웠다가 후에는 소재 노수신(穌齋 盧守愼/ 1515-1590), 유성룡, 정경세를 추가 배향 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사립학교 같은 기능을 담당하였다. 경치 좋은 위치에 깊은 의미를 더하였고, 2005년에는 창석 이준(蒼石 李埈/ 1560-1635)을 추가 배향하여 9현(九賢)을 모시게 되었는데, 그 9분의 후손들이 여전히 세거 하는 상주 땅은 물과 산과 들이 아우르는 축복의 세상이다. 역사와 한학(漢學)을 즐겨 넷이는 10월의 밤이 깊도록 사연도 길게 펼쳤다. 흥취가 오르자 남해(藍海)는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 시 부문을 영창(呤唱)했고, 백촌은 또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서(蘭亭序)를 구성지게 음송(吟誦)하더니, 다음날 아침에는 백촌(栢村)의 붓 끝에서 한시(漢詩) 3수가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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