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인의글

黔驪技窮 / 당나귀의 한계

黔驪技窮 / 당나귀의 한계


검려기궁(黔驢技窮)의 금(黔)은 지금의 중국 서남 쪽 귀주(貴州) 지역을 일컫고 궁(窮)자는 끝이 나다, 다하다는 말이니 ‘귀주(貴州)의 당나귀 재주가 다하다’ 라는 뜻이다. 당나귀가 물건을 나르는 데에는 유용한 동물이었지만 옛날에는 그 지역에 본래 당나귀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타 지역에서 물건을 싣고 와서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서 그냥 산에 다 내버렸다. 거기 살던 호랑이가 이 덩치 큰 이상한 것이 무엇인지 호기심이 나서 숨어서 관찰을 하는데, 큰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쳤던 호랑이가 멀찌감치 다시 와서 살펴보니 이번에는 껑충 뛰면서 뒷발질을 하는데 글쎄, 한번 차였다가는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보통 놈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다시 숨어서 관찰을 해보니 소리치고 뒷발 길 질 말고는 별다른 재주가 없는 것 같았다. 당나귀 앞으로, 혹은 뒤로 가보았는데 큰 반응도 없어서 접근해서 툭 쳐보았더니, 별것 아님을 알게 되었다. 마침내 호랑이는 당나귀를 다 잡아먹고 떠나면서, “그의 재주가 다 되었군!” 그래서 사람들은 검려기궁(黔驢技窮)이라고, 사람이 재주에 한계가 있고 더 이상 쓸 재주가 없을 때를 비유하게 되었다.
이는 당(唐)나라 문인 유종원(柳宗元)의 삼계 검지려(三戒 黔之驢)에 전해온 이야기로 우리 선비들도 종종 인용했다. 마치 노련한 싸움꾼이라도 먼저 공격하지 않고 상대가 공격해오기를 기다려 봄과 비슷하다. 그가 어떤 재주를 가지고 있는 지를 탐지하기 위해서 다, 한바탕 시험을 해보면서 상대의 실력과 재주를 파악하고는 그 약점을 파고들어 급소를 쳐서 마침내 제압하는 것과 같다. 모르는 적은 항상 두렵게 생각되고 그 공포에 질려 압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재주를 탐지하고 분석하면, 그리고 상대가 재주를 다 써먹을 때를 기다리다 보면 그도 재주의 한계를 드러낼 수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두려워 말라(Fear not!)." "두려움 자체를 두려워하라(Fear the fear itself)!" 라고 한다. 덩치 큰 당나귀도 그 재주가 다할 때가 있는 법이다.
당나귀의 한계는 그 반대편에서 호랑이의 전략이 된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당나귀를 어찌할까 하는 문제에 직면한 셈이니, 그걸 다루는 방법이 곧 문제해결의 전략이다. 먼저 그것이 무엇인 가를 인식하고 이해해야 한다. 당면한 문제가 대개 생소한 경우가 많으니 아는 문제는 풀기도 익숙하지만 모르는 것이 문제다. 당나귀를 처음 보았으니 어찌하나? 큰 소리를 울부짖어 대단한 것 같고 뒷발 길 질이 맹렬하여 두렵다는 것을[看破] 알아냈다[identify]. 그걸 어떻게 할 것인가[explore], 강구(講究)해야지. 뒷발 길을 피해 옆으로 빨리 접근하고 등에 뛰어올라 목을 공격하는 방법을 세웠다. 그리고는 용감한 결단의 실행[action]을, 드디어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