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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인생의 참 뜻/ A Meaning of Life

인생의 참 뜻/ A Meaning of Life

 

국화 따던 도연명(陶淵明)의 시 한 편에서 우리 인생의 참 뜻이 무엇인 가를 생각해본다. 1600년 전에 읊은 시를 동양이 지금껏 즐겨 감상하는 것은 진솔한 실존(實存)의 공감 때문이다. 자연의 리듬(rhythm)에 따라 조화(harmonizing)하는 삶의 진면목을 그린다. 흔히 그를 도가적(道家的) 자연주의 자로 여기나 세상이 추구하는 일반적 가치가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의미의 참 삶이 무엇인 가를 물으며 ‘내 뜻대로’ 살기 원했던 사람이었다.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 인가 근처에 오두막집 얽어서 사니 수레 말소리도 없네.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 ‘그대 어이 그리 사오?’ ‘맘 멀리하면 땅 절로 외지다오.’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 동쪽 울타리 밑에 국화 따다가 물끄러미 남산 바라보네.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 산 공기에 석양이 아름답고 새들은 함께 날며 돌아가네.

此間有眞意 欲辨已忘言 / 이 중에 참 뜻 있어 논하려는 데 할 말 이미 잊어버리네.

 

대개 도연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의 이름은 도잠(陶潛/ 365-427)이며 연명은 그의 자(字)이고, 사람들이 오류 선생(五柳先生)이라 하여 호(號)가 되었고, 그가 죽은 후대에 받은 시호(諡號)가 정절(靖節)이라서 정절 선생으로도 알려졌다. 이 시는 후대에 그의 ‘음주(飮酒)’시로 분류했는데, 그가 술을 마시며 지은 20수의 시름 모아 놓은 데서 붙인 제목이지만 실상 음주와는 상관없는 내용들이다. 그는 지금의 강서성 구강(江西省 九江市) 출신으로 평범하고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서 일찍이 벼슬 길로 나아갔는데 지방의 말단 관리로 여전히 힘들어 여러 가지로 맞지 않아서 팽택현(彭澤縣)의 현령 때인 41살에 월급이라고 쌀 다섯 말에 머리를 조아릴 수 없다며 벼슬을 버리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더불어 가난하나마 소박한 생을 자기 멋대로 살다가 62세에 작고 했다. 많지 않은 글을 남겼으나 의미가 깊고 인간적이라서 사람들이 오래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학을 즐기고 글씨에도 아주 뛰어난 붕우 남해(藍海)가 이 시를 멋진 초서(草書)로 보냈기에 새롭게 감상하며 새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