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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盡心則知天/ 마음을 다하면

盡心則知天/ 마음을 다하면
 

마음을 다하면 하늘을 안다는 것이 맹자(孟子 盡心上)의 말이다. “마음을 다하는 자는 그 마음의 본성을 아는 것이니, 그 본성을 알면 그 본성의 근원인 하늘을 알 수 있다(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 則知天矣).” 지극한 정성 곧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우리 선조들도 그렇게 믿어서 우리 속담이 되지 않았겠는가. 사람이 그 본 바탕의 지극한 정성을 다한다면 하늘이 어찌 감동하지 않겠는 가라는 뜻이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보편 타당한 이치라고 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종교(宗敎)의 진수(眞髓)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 같다. 기독교에서도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계명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성서의 그 계명과 맹자의 이 진심즉 지천(盡心則 知天)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그 마음이란 무엇인가? 맹자는 사람의 신명(神明)이라고 설명한다[心者 人之神明]. 결국 세상 모든 이치를 우리 마음으로 깨달으니 마음이 바로 세상 만사에 응답하는 까닭이다. 인간에게 본성으로 주어진 마음으로부터 모든 이치가 따라 나온다. 마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추구하거나 하늘의 이치조차 알 수가 없으므로 그 마음은 하늘로부터 나온 것이며 인간의 천성으로 타고난 것이다. 그 마음을 다하면 바로 그 마음이 나온 하늘의 이치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맹자(孟子)에게는 그 천성이며 본성인 마음을 잘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니, 바로 그 존심(存心)을 위하여 본성을 길러야 한다는 양성(養性)을 말했다. 그 존심과 양성은 곧 하늘을 섬기는 것이므로 사천(事天)이라 하였다[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 맹자의 이 말은 실로 종교적이다. 하나님이 주신 본성의 마음을 잘 간직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 본성을 잘 길러야 한다는 것이고, 그리하면 그것이 곧 하늘을 섬기는 일이라는 뜻이다.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기라’는 성서의 핵심과 큰 차이가 있는가? 존심(存心)의 존(存)이란 마음을 조종하여 그 본성을 저버리지 않도록 잘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操而不舍]. 양성(養性)의 양(養)은 순리대로 따르고 그것을 해치지 않는다[順而不害]는 것이며, 사천(事天)의 사(事)는 곧 높이 받들어 어긋나지 않게 함이다[奉承而不違]. 이것이 마음을 다하는 일이니, 마음을 다하면 하늘을 알 수 있다, 그것이 하늘의 이치와 섭리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송(宋)나라 정자(程子)도 더 설명하기를, “마음, 본성, 하늘이 하나의 이치라(心也 性也 天也 一理也).” 이치가 나오는 데를 일컬어 하늘이라 하고, 그 이치를 받아들임을 본성이라 하며, 각자가 그 본성을 간직하는 데가 마음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오래 살든지 일찍 죽든지 간에 자신을 닦아 수련하고 살아가면서 기다리는 것이 하늘의 명(命)을 세우는 일이라 정의하면서 입명(立命)이라 했다. 자신을 수양하면서 종신토록 하늘을 섬기는 것이니 하늘이 내게 부여한 바를 세우는 입명(立命)을 실행하면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을 다하면 하늘을, 하나님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