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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동지와 하지

동지와 하지/ 冬至 和夏至

동지 팥죽은 우리의 깊은 관습이어서 어려서 부터 새알 넣은 동지 팥죽은 잊을 수가 없다. 동짓날 지난날 춥던 생각과 함께 오는데 오늘은 그다지 춥지 않은 듯, 또 팥죽도 이젠 꼭 먹어야 하는 관습이 점점 사그라진 것도 같다. 우리의 현대 생활 패턴이 변하여 추위도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들 뿐이다. ‘범의 불알이 동지에 얼고 입춘에 녹는다.’는 속담은 본격적인 겨울이 동지부터 입춘 까지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동지 팥죽 먹고 크리스마스 다가오면 철없던 옛날이 즐겁기만 했다. 서양의 전설 산타클로스를 공연히 좋아하면서 추워도 신나게 썰매를 지치면서 마냥 행복했었다. 당신은 오늘 이 동짓날에 무슨 감회가 드시나요?

나는 오늘 동지[Winter of Solstice]와 하지[Summer of Solstice]를 생각하게 되었다오. 내가 남미(南美)를 가기 전까지는 북반구(北半球)에서만 살아서 추운 동지(冬至)엔 더운 하지(夏至)를 생각할 수가 없었는데, 남미를 주유하면서 같은 지구 상에서도 서로가 반대의 절후를 겪는다는 게 색달라 내 생각의 패러다임(paradigm)이 변화하게 되었다. 북반구 북쪽의 크리스마스는 눈썰매를 타고 오는 산타가 있지만 남반구의 호주엔 딱정벌레(beetles)가 나오는 한여름의 성탄절이니 말이다. 우리의 오랜 고정관념은 다른 세상을 쉽사리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우리 사고 현상에 종종 나타나지 않던가. 오늘부터 동지에서 한겨울로 접어들면 야생의 호랑이들 불알이 얼어붙을 걱정까지 했을 정도로 많았다는 한반도의 범들도 이젠 옛 이야기 인대다가 주택 구조의 개량으로 아파트의 겨울이 춥지도 않으니 호랑이 얼 생각인들 나겠는가? 언 손을 호호 불면서 썰매 꼬챙이 만들어 지치던 옛날도 추억 속에만 있을 뿐이니까.

하나의 태양은 오늘 북반구의 최북단으로 올라와서 북회귀선의 북위(北緯) 23도 26분 28초 44[23˚26´28˝44]에 위치한다. 그리하여 북반구에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이 되고, 반대로 남반구에는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가 된다. 그러므로 하지의 남반구는 오늘이 가장 더운 날씨 중의 하나가 되지만 우리가 사는 북반구에서는 가장 추운 날씨 중의 하나가 되는 날이 아닌가! 결국 같은 날에 똑같은 태양 아래의 똑같은 지구상에서 이렇게 반대 현상이니까. 생각하지 않으면, 깊이 따져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쉽사리 이해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지구에서 의 인간 생활이 태양과 지구의 회전 때문에 생기는 기후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가는 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인식했고, 청동기 시대에 세웠다는 고인돌이나 돌의 유적에는 그 오래전부터 인간은 태양과 지구의 변화를 측정하여 동짓날 정오에 태양이 정확히 사람들이 세운 돌 구멍으로 햇빛이 통과하게 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후대에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나.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인도의 옛 사람들, 아시아인이나 유럽 사람들도 일찍이 동지는 태양의 기운이 새롭게 자라나는 시작으로 축제와 제례 문화가 있었음은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여기 지금 나의 동짓날이 또한 남반구의 같은 오늘이 무더운 하지(夏至)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추론하여 내 사고의 폭을 확대하려 하는 것이다. 오늘 동지에 하지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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