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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동태와 물 명태

동태와 물 명태

동태 국이 따뜻하고 시원한 별미의 계절이다. 딱히 감칠맛 나는 생선은 아니나 우리 서민에게는 너무나 익숙하여 친근한 겨울 음식이 아닌가. 무엇보다 우리 동해에서 많이 잡혀서 흔했던 탓도 있고, 그러다가 보니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생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겨울이면 무에 동태 토막을 넣고 끓인 시원하고 심심한 맛을 종종 즐긴다. 지금은 대개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지만 전에는 우리의 계절 어류로 큰 어획이었던 것을 익히 경험하였다. 해방 후에도 대륙과 사할린(Sakhalin) 사이의 타타르 해협Tatar Strait)에서 동해로 내려와서 명태, 동태는 대단한 우리의 축복이었다.

동태(凍太)는 얼린 명태(明太)로 대구보다는 홀쭉하고 길며 아래 턱이 위 턱보다 더 긴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특별히 동태를 말하는 것은 그것이 내게는 ‘물 명태’였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내가 동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장에 가서 사오는 생물 명태는 ‘물 명태’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것을 말리면 북어(北魚), 또는 마른 명태가 되는데 마른 명태는 1년 내내 있어서 더 익숙한데 비하면 물 명태는 겨울철에 주로 먹을 수 있어서 계절을 타는 생선이었다. 물 명태라는 생태(生太)는 냉장고가 없던 때라 겨울에는 상하지 않아서 내륙의 시골 장에 까지 수송해서 팔 수가 있었던 게 아니겠는가. 가운데 토막은 국을 끓이거나 반찬 토막으로 만들고, 머리통과 꼬리나 내장 부분은 도마에 올려놓고 잘게 난도질을 해서 젓을 담그는 식으로 무랑 양념으로 삭히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서울에 와서는 사람들이 물 명태라는 소리는 없고 그걸 동태라고 불러서 이제는 나도 그 생태의 이름을 갈았지만 새삼 돌이켜보니 그건 ‘물 명태’였던 것이다. 실상은 생태(生太)라면 바다에서 잡아온 그대로의 얼구지 않은 상태여야 신선한 맛이겠지만, 냉동 했던 동태(凍太)는 엄밀히 생태와는 다르니 참 생태인 물 명태의 그 진정한 맛과는 차이가 좀 나겠지?

우리 동해에 하도 많이 계절 어로서 명태 어획이 클 때는 소비가 어려워 거름을 할 지경이었다고도 했다니 실로 그런 때가 있었다니. 미국의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방의 동해에서도 폴락(pollack)이라는 명태 류가 많이 잡혀서 값도 비교적 저렴하며, 대구(cod)와 함께 비린내가 없는 담백한 맛의 생선인데 물론 대구가 더 비싸다. 필시 그게 한류(寒流)의 바다에서 사는 어류인 것 같으니 미국에도 캐나다 쪽에 가까이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러시아의 오호츠크 해(the Sea of Okhotsk)에서 사할린과 동해로 내려오는 데서 많이 잡혔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 많던 우리 동해의 명태가 별로 오지를 않아서 대부분의 동태를 러시아의 오호츠크 해 쪽에서 수입한 것이라니 까. 명태도 그 러시아의 동태를 수입 해다가 강원도에서 말린 명태가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지 않나. 지금은 냉동 설비가 좋아 사철 동태를 먹을 수가 있지만 아무래도 겨울에 동태 국이 제 맛이 아니던가. 내 어릴 제처럼 얼굴이 불그레 하게 먹었던 그 무 넣고 끓인 시원한 동태 국이 좋은 건 역시 맛은 옛날의 추억으로 즐기는 탓이 리라. 이 겨울에도 동태 국을 먹으면서 물 명태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