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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Literacy / 지공거사의 디지털 문해

Digital Literacy/ 지공거사의 디지털 문해

말하자면, 지공거사(地空居士)는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선비”의 줄임말이다. 거사(居士)는 ‘그런 사람,’ ‘거기 사는 사람’ 정도로 예전에 호(號)를 만들 때 어미에 붙이던 점잖은 선비라는 뜻의 표현이니 예를 들자면 종로에 사는 나를 일컫는 호를 지을 때 ‘종로거사(鐘路居士),’ 강남에 산다면 ‘강남거사(江南居士)’라는 맥락이다. 처사(處士), 은사(隱士), 신사(紳士)와 같은 멋을 부린 선비 같은 인사(人士)라는 정도이니까. 만 65세가 넘은 시민은 지하철 공짜 카드가 발급 되어 언제나 무임승차를 하기 때문이니, 그런 노인을 점잖고 시니컬하게 부르는 호칭이 '지공거사'이다.

디지털 문해(文解)는 조금 더 유식한 뜻이 있으니, 디지털은 컴퓨터 에서처럼 기기(器機)의 기능을 숫자 방식으로 빠르게 작동하는 기술 시스템을 총칭하는 말이다. 예전에는 숫자를 계산할 때 수판(數板) 또는 주판(籌板)이라고 하던 나무 추에 구멍을 뚫어 꿰고는 밀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사용했는데, 컴퓨터가 나오면서 그건 싹 없어지고 그냥 스크린에 전광(電光)으로 번뜩이면서 계산이 될 뿐만 아니라 온갖 글자, 심지어 사진, 천연색으로, 활동 사진까지 번뜩이면서 숫자화 해서 유/ 무선으로 번개처럼 처리되는 게 아닌가! 그런 시스템 일체를 디지털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내 앞의 컴퓨터만 디지털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온 세상으로 우주적으로 컴퓨터들이 모두 연결되어서 순식간에 정보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달되고 교신 되며 엄청난 양의 정보까지 교환 된다. 그런 정보의 방법과 시스템으로 장사도 하고 엄청난 산업도 수행하는 세상이고, 그런 인터넷의 가상현실이라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우주를 인간이 창조해서 그 속에서 현실과 메타버스 세계를 오가며 거래하고 만나고 즐기고 일하며 교제하는 역사를 만들기까지 하는 새로운 가상의 우주에서 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디지털 시스템 작동과 운영의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디지털 문맹(文盲)이므로 디지털 문맹에서 디지털 문해(文解)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디지털 문해력(文解力/ literacy)에 이어서 인공지능[AI]의 문해력도 갖추어야 비대면(非對面/ un-tact) 시대에 사람답게 살 수가 있다. 대학을 나온 사람도 하도 많은 신문지상의 영어 표현을 간파하지 못한다며 노트 쪽에 잔뜩 적어가지고 내게 하나씩 물었다. 리터러시, 언택트, 디지털, 아트피셜 인테리전스....... 많이 들었고 아는 것도 같았지만 정작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서 설명 좀 해 달라 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신문사를 때려 부수고, 방송사를 갈아 치울까? 기자들도 이해해줘야지, 파도처럼 날마다 밀려오는 새로운 기술 용어와 디지털 전문어들을 아무도 번역해 주지 않으니 어쩐 다냐? 바쁜 젊은 기자들조차도 애매하지만 그저 발음대로 많이 들 쓰니까 그대로 영어 용어가 일상화 되어버리므로 영어에 서툰 노인들은 점점 언어 해득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누구를 탓하고 어디에 하소연 하리 오? 다만 배워야 할 따름이다. 시쳇말로, “닥치고 배워야 할 뿐이다!” 외래어의 홍수 시대에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디지털 용어를 자꾸 배우고 옳게 간파하도록 노력하는 길 외에는 딴 길이 없다. 아니면, 세상 덮어놓고 원시 시대처럼 살든 가.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com盲]이요, 인터넷을 못하면 넷맹[net盲]이라 하더니, 지금은 또 디지털 문맹(digital文盲)이라니 디지털 방식을 탭(tap)할 줄을 몰라 다중 시설 입장 때에 큐알(QR) 코드를 못해서 일일이 장부에 기재를 해야 하는가 하면, 카페테리아 같은 식당에선 터치하는 단말기 스크린의 키오스크(kiosk) 활용에 당황하기도 한다. 재난 지원금 신청도 전자 민원기도 글자 판을 두들기고 온라인(online)으로 접수해야 하니 지공거사도 디지털 문맹을 탈출해야 할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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