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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正名主義 / 명분이 발라야

正名主義/ 명분이 발라야

정명주의는 공자의 개념인데, 한 이름 밑에는 반드시 그 개념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의 명칭에는 그 실질(實質)에 그 이름의 존재에 분명하게 거기 곧 응답하는 뜻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 명실상부(名實相符)해야 한다는 것, 이름은 바로 그 실질적인 개념의 뜻을 똑바로 가지고 그렇게 응답하는 실상이 있어야 함이다. 그것은 논어(論語 子路篇)에 언급된 공자의 말에서 나왔다. 정명(正名), 또는 명분(名分)이라고 도 하면서 공자의 다른 말을 적용하여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 父父子子)는 설명이 논어(論語 子路)에, 제(齊)의 경공(景公)이 정치에 관하여 물었을 때 공자가 한 대답이다.

‘君君臣臣, 父父子子(군군신신, 부부자자).’ 그 특정한 이름에는 반드시 그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이 갖는 고유한 개념이 있어서 거기에 걸 맞는 뜻의 실질(實質)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아버지’ 라는 이름은 반드시 아버지라는 말의 뜻대로 아버지가 되어야지 자식이 아버지가 될 수가 없는 것과 같다. 임금이라는 군(君)이라면 독특한 임금의 실질이 있으니 신하가 제 아무리 권력이 크다고 해도 결코 임금일 수가 없는 것과 같다. 세상에는 명분(名分)이 곧 이름의 값이 흐트러지고 헷갈린 명사가 종종 나타난다. 공산주의는 공산주의(共産主義)라는 본 뜻의 개념이 있어서 그 고유한 가치가 따로 있는데도 사회주의(社會主義)라고 유사하게 유도하니 헷갈리게 하고, 심지어는 사회주의를 듣기 좋게 진보주의(進步主義)라는 말로 단맛을 코팅해 가지고 그럴 듯하게 한다면 그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의 정명(正名)이 못 되는 것이다. 공자는 그것을 경계하니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모든 것이 어그러진다고 설명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맞지 않고, 말이 맞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예절과 음악(예술)이 흥성 하지 않는다. 예절과 음악이 흥성 하지 않으면 법이 제대로 준수 되지 않는다. 예절과 음악이 흥성 하지 않으면 형벌이 적중하지 않는다. 형벌이 적중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손발을 둘 데가 없어진다(必也正名乎. 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事不成 則禮樂不興. 禮樂不興 則刑罰不中. 刑罰不中 則民無所措手足).” 논어(論語 子路)에 나온 공자의 말이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을 이룰 수가 없다.’ 이름이 실상과 부합하지 못하면 혼란을 불러일으켜서 그 결과는 결국 엉뚱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아닌가. 이름의 개념, 명사의 확실한 규명이 없으면 일상의 대화에서 조차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인 것을 우리가 상식적으로도 경험할 수 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라는 말에 그 명사를 혼란하여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로 오해를 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방인지 가방인지 그 각각의 명분이 확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하가 유능하다고 임금이 되려 한다 든 지, 아들이 똑똑하다고 아버지를 대신 하러 든다면 정명(正名)이 어그러지는 것이다. 질서가 깨지고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논어(論語 雍也篇)에 “공자가 말했다, 모난 술 그릇이 모나지 않으면 그것이 고[모난 예기/禮器]이겠는가, 고이겠는가(子曰, 觚不觚 觚哉觚哉)?” 고(觚)는 고대에 제사에 사용하는 예기(禮器)의 술 그릇으로 한 되 짜리 술 그릇을 작(爵)이라 했고 두 되 짜리 모가 난 술 그릇을 말하니 고(觚)라는 술 그릇은 모양도 둥글지 않고 각이 진 형태이며 크기도 작(爵)과는 달리 용량도 그 갑절이나 크니 확실히 독특한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고(觚)라는 이름은 반드시 고(觚)의 독특한 대상에 맞는 즉응(卽應)의 개념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의 이 예(例)는 정치를 비유한 것이니 임금은 반드시 그 임금의 도(道)로 서 다스려야 하므로 그렇지 않고는 일이 성취될 수 없다는 정명론(定命論)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