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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경칩에 깨어/ 新春之蘇生

경칩에 깨어/ 新春之蘇生

오늘이 경칩(驚蟄). 입춘, 우수, 다음이니 춘분, 청명, 곡우로 이어지는 봄의 6절후의 세 번째다. 1년 12개월에 매달 두 개로 나누어 24절후(節侯)를 만드니, 양력 3월에는 경칩과 춘분이 앞뒤로 들어간다. 오래 익숙한 24절후가 한국의 기후와는 정확히 맞지는 않으니 본래 황하(黃河) 유역에서, 멀리 춘추시대(春秋時代)에 봄, 여름, 가을, 겨울 4절기(節氣)로 나누다가 끊임없이 변경 조정하여 오다가 진한(秦漢) 때에 완성된 까닭이다. 지금처럼 확정된 것은 BC 104년 태초력(太初曆)에 제정했으니까 2천 년 정도다. 경칩은 처음에 계칩(啓蟄)이었는데, 한(漢)나라 황제 유계(劉啓)의 이름을 피하게[避諱] 해서 경칩(驚蟄)으로 바꾸었다. 뒤에 옛 명칭대로 계칩(啓蟄)이라 되돌렸지만, 정작 당(唐)나라 때에 와서 재론할 때 겨우내 잠자던 동물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계칩보다는 놀란다는 말이 더 부합(符合)하다고 하여 대연력(大衍曆)을 만들 때 또 다시 경칩으로 정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도 더 쉬워 경칩(驚蟄)으로 굳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漢)나라 때까지는 계칩이 우수(雨水) 앞의 절후였는 데, 당나라에 와서 그 순서도 우수 뒤로 돌려서 우수(雨水), 경칩(驚蟄)으로 변경된 것이라니, 2천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변화와 수정의 난관을 거쳐 왔는지 를 우리가 짐작할 수 있다.

예기 월령(禮記 月令)에 따르면 음력 2월의 절후는 만물이 지진에 놀라 나오고 지진은 우레가 되므로 경칩이라 일컫는다(萬物出乎震 震爲雷 故曰驚蟄)는 것이다. 벌레가 놀라서 나온다면서 경칩의 3후(三候)는 1후에 복숭아 꽃이 피고, 2후엔 꾀꼬리 울고, 3후엔 매가 비둘기로 변한다(一候桃始華, 二候鶬鶊鳴, 三候鷹化爲鳩)고 했다. 우선 이 설명은 우리의 기후와는 다름을 알 수 있으니 우리는 아직 음력 2월에 복숭아가 피지 않고 꾀꼬리(鶬鶊)도 울지 않는다. 또 매가 비둘기로 화함은 고대인들의 생각인 것 같으니 이때에 동물이 겨울을 지나서 새롭게 변한다는 말이라 현대적 개념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의미는 이 첫 번째 5일간의 1후(候)에는 날씨가 완연히 풀려 봄이 온다는 말이고, 2후엔 우리나라에 꾀꼬리는 아직 울지 않아도 새들도 알을 낳을 준비를 하지 않는가. 3후엔 만물이 새롭게 변하면서 봄의 활동이 일어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 경칩 때의 세시(歲時) 현상은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린다’ 했으니 얼음이 녹는 해동(解凍)이 확실함을 인식했다. 한반도에서 북쪽의 대동강이 풀린다면 남쪽이야 말할 것도 없이 완연한 봄이라는 말이다. ‘경칩 지낸 게로군’ 하는 속담은 긴 겨울 동안 닫혔던 입을 열고 동물들의 활동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북미(北美)에서 메이플 시럽(maple syrup/ 丹楓糖蜜)인 수액(樹液)을 이른 봄에 채취하듯 이른 봄 나무에 물이 오르는 고로쇠와 같은 수액을 채취해서 우리도 약용으로 사용했고, 경칩에 개구리가 알을 낳기 시작할 때 일찍 건져 먹으면 보신(補身)이 된다고 도 했다. 땅이 풀리니 흙을 이겨서 흙 벽을 바르면 해충을 막아주어 탈을 없앤다고 하지 않았던 가.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하듯 이제 우리의 새 약동(躍動)을 시작하는 경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