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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曲球之奇異/ Throwing a Curve

曲球之奇異/ Throwing a Curve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세상이 놀란 것은 곡구(曲球)의 기이(奇異)함이다. 야구에서 투수(投手/ pitcher)의 묘기(妙技)처럼 타수(打手)가 예상하기 어렵도록 공이 날아가면서 똑 바로 가지를 않고 빠른 속도로 휘어지므로 타수의 전략대로 쉽게 안타(安打)나 히트(hit)가 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 곡구(曲球), 곧 커브 볼(a curve ball)이다. 야구의 그 방법에서 나온 곡구를 던짐(throwing a curve)이란 말은 뜻밖의 질문이나 행동으로 남을 놀라게 한다는 은유(隱喩)로 쓰인다. 흔한 상식으로 예상하고 있을 때에 돌연 날아온 질문은 당황스럽게도 엉뚱한 것이어서 허(虛)를 찔리는 순간 같은 때의 현상을 돌려서 그렇게 말하곤 한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온 세상의 상식을 깨도록 날아온 야구의 곡구(曲球)를 받게 되었으니, 소위 전문적인 전략가들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예상 밖의 새로운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로서 전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겸허해져야 하는 현실이 아니었던 가. 10배 이상의 세계적 군사 초 강대국인 러시아의 침략은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가 일주일이 못 가서 항복하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고, 또 그렇게 전문가들도 말하곤 하지 않았던 가. 침략자인 러시아의 푸틴 자신도 그렇게 계획을 세웠고, 심지어 나토(Nato)나 미국도 그런 전제를 마음속으로 품었던 것 같다. 기대와 예상을 뒤엎고 갑자기 날아든 우크라이나의 곡구(曲球)가 세상을 어리둥절하게 한 셈이다. 누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그렇게 효율적으로 또 용감무쌍 하게 싸워 버틸 줄을 알았겠는가? 세계의 평론가들이 말하기를 심지어 우크라이나 사람 자신들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을 거라고 도 하니까. 윈스톤 처칠(Winston Churchill)의 유명한 말, ‘결코, 결단코,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Never, never, never give up).'를 그들이 말없이 다 실천한 셈이다. 그들의 군인들과 장정들이 싸우고, 여자들과 노인들도 총을 들었으며, 총탄이 다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너도나도 일어나서 빈 병을 모아다가 휘발유를 채우고 심지를 넣은 화염병(火焰甁)을 대량으로 준비해서 구석구석에 쌓아두었다. 길목마다 타이어를 뚫을 가시 발을 마련해 놓고 철공소 마다 철근을 용접 해서 탱크가 넘지 못하도록 길을 막을 준비를 했다. 더욱이 함락된 도시조차도 시민들은 전차 앞에 육탄으로 막아 섰으며 러시아의 총구 앞에서도 항복하지 않았다. 대문을 밀고 들어온 러시아 병사 앞으로 노인 부부가 총을 겁내지 않고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호통을 치며 쫓아내는 영상을 우리가 보았다.

‘우리는 러시아가 아니다!’ 러시아의 속국이 아니며, 우리의 긴 역사에 서로 피가 섞이고 언어가 비슷하고 같은 나라 구 소련에서 한 나라 국민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자유와 독립된 우크라이나일 뿐이라고 온 국민이 웅변 하고 있다. 결코 우리는 러시아가 아니라 고유의 자부심을 지닌 우크라이나라는 독립된 국가임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다. 일본의 압제 밑에서도 1919년 삼일 운동에 ‘아 조선의 독립국(我朝鮮 獨立國)’임을 만방에 선포한 것처럼 말이다. 실로 이들은 역사를 웅변 하고 있으니 오랜 역사를 통하여 우크라이나는 소련과 러시아를 이웃에서 또한 함께 오가며 살고 같이 겪어왔으나 ‘우리는 우리’일 뿐 러시아의 한 부분이 아니라는 독립국임을 만방에 웅변 하고 있지 아니한 가! 세상이 그토록 약한 사람들로 금방 무너질 취약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을 때, 그들의 곡구(曲球)의 반응에 새삼 세상이 놀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 민주주의가 마침내 승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