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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갓-生 / 스토익 철학

갓-生/ 스토익 철학

끊임없이 생겨나는 신조어(新造語)들, 그것도 외국어와 섞은 유행어(流行語)들이 젊은 세대에도 나타나 기성세대가 알 수가 없을 정도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romance)요 남이 하면 불륜(不倫)이라는 우리의 슬랭(slang) ‘내로남불’은 이제 흔한 용어가 되었 듯이 10대 20대들도 그렇게 따라가는가? 요새 ‘갓-생’이라는 유행어가 화제, ‘God+人生’으로 ‘부지런한 삶’이라는 뜻. 자신의 본분에 집중한다는 유행어, 근년에 인기 있는 스타(star)인 아이돌(idol) 같은 팬(fan)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팬덤(fandom)이라 하고 그들 속에서 생겼다고, 아이돌 숭배와 같이 열광하던 MZ세대들이 만들어낸 유행어란 말이다.

그렇게 유행 따라 즐겁겠지만, 신 나게 정신 못 차리다가 아, 자신의 삶을 추스르면서 공부도 해야겠고 진지하게 내면을 충실히 하기 위하는 새 삶의 태도라는 것이다. 이는 BC 3세기 희랍과 로마의 인생 철학으로 삶의 긍정적 정서를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태도를 극소화 하도록 덕(virtues)을 연마하던 스토익 철학(Stoic philosophy)의 원리를 따라 원칙대로 ‘올바르게 살자’는 행동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충실한 삶에 집중하는 목표 지향의 새 삶으로 나아간다는 유행어 ‘갓생(God-生)을 산다.’는 말은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생활에 착수함이 된다. 어쩌면 영어의 'Life with God(하느님이 함께 하는 삶)‘ 이라는 성실한 크리스천 표어에서 힌트를 얻은 건 아닐는지. 세상의 유행 물결에 넋을 놓고 살 게 아니라 목표가 있는 착실한 삶을 지향하는 의미라니 까.

덴마크의 철학자 스벨 브링크만의 책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이라고 국역 된 책이 서점에 나왔다. 5년 전에 ‘스탠드 펌(Stand Firm)’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꿋꿋해라.’고 했던 그걸 전면 개정하여 다시 펴냈다 네. 그가 바로 스토익 철학과 같은 주장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것이 있는가? 실상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아를 찾았는가, 찾을 가치가 있는가? 그는 없다고 한다. 자기 계발과 자기 성취보다는 도리어 나와 연결된 사람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자기 개발은 끝이 없을 향상 지향일 뿐 결코 충분하게 향상될 수 없다고 결론 내린다. 무엇이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솔깃한 믿음을 가진 청년이 사랑에 실패하면 자신의 책임으로 실패의 원인으로 귀결된다. 그렇게 살아서는 더 행복해질 수가 없다면서 스토익 철학처럼 책임적으로 열심히 사는 길을 제안했으니 지금의 우리 10대들이 지어낸 God生과 같은 원리가 아닐까? 제 힘과 자기 방식으로 자기 계발의 무한 성장을 추구하다가 이제는 ‘쓴 소리’ 듣는 경향이 생겨서, 갓-생(God-人生)의 말을 지어낸 10대들이 가혹하게 쓴 소리 하는 유투브를 찾아서 듣는다니 말이다. 전통적 방법, 성실하게 사는 스토익 철학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신 차리고 근본적이며 책임적인 착실한 인생을 살아야지, 또 한 달이 다 갔으니 새 달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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