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인의글

春夜喜雨 / 4월의 노래

春夜喜雨/ 4월의 노래

매화가 피더니 드디어 4월이다. 구름처럼 우아하게 목련(木蓮)이 피리니 어찌 노래하지 않으리 오. 춘야희우(春夜喜雨)는 ‘봄밤의 단비’로 두보의 시다. 당(唐)나라 때 한시(漢詩)가 크게 흥왕해서 오늘날까지도 당풍(唐風)의 시격(詩格)을 이야기한다. 흔히 그 때의 이백(李白)을 시선(詩仙)이라 부르고, 동시대의 두보(杜甫/ 712-770)는 시성(詩聖)이라 한다. 두보의 이 시는 우리도 예부터 많이 읽었던 당시(唐詩) 중의 하나, 우리 선대들도 즐겼던 것. 월여(月餘) 전 붓글씨를 배우는 고향 후배 권광(權光)이 초서(草書)로 쓴 이 시의 이미지를 보내서 해독(解讀)을 부탁했기에 다시 보게 되었다.

好雨知时節 단비는 제철을 딱 아누나
當春乃發生 봄 맞추어 만물을 키우니
隨風潜入夜 바람이랑 밤에 숨어 와서
潤物細無聲 소리 없이 모두를 적셨네.
野徑雲俱黑 구름에 들길조차 어둔 데
江船火獨明 강배 불빛 혼자만 밝았고
曉看紅濕處 붉게 젖어서 아침에 보니
花重錦官城 성도엔 꽃이 가득 하고야.

금관성은 지금의 사천성 청두(成都), 761년 두보가 난리를 피해 완화 냇가[浣花溪]의 초당에서 농사하고 화초 키우며 살던 이태 째에 지었다. 거기 두보 초당(杜甫 草堂)엔 나도 두 번이나 가서 그의 시감(詩感)을 느껴보려 했었다. 자신은 60도 채 못 살고 시에 고심하며 이와 같이 아름다운 시문을 각고(刻苦) 끝에 세상을 위해 남겼으나 깡마른 그의 이미지는 생산의 신고(辛苦)를 대표하는 듯 했다. 그래도 이 시는 봄 비 하나로도 세상과 함께 그토록 기뻐했던 단비의 심층적 발현을 불후의 행복감으로 진한 봄 색깔을 다 섞어서 채색한 걸작 품이 아닌가. 그같이 우리도 코로나 난리에도 한양성(漢陽城), 곧 서울의 꽃들이 새 4월에 기쁨으로 충만하리. 우리도 그렇게 오늘부터 4월의 노래를 불러야지, 찬란할 꽃 잔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