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bin Fever/ 밀실 공포
좁은 공간에 오래 갇힌 상태에서 경험하는 초조함이 ‘캐빈 피버(cabin fever),’ ‘밀실 공포’ 라 번역한 건 고소 공포(高所恐怖)에서 나온 반영인 것 같은데, 제한된 공간에서 오래 참아야 하는 속박을 두고 못 견디는 선창 열병(船艙熱病)이라고 도 한다.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거나 반대로 서쪽 유럽으로 10시간 여의 비행기 탑승과 같은 경험에서 우리가 실감하지 않던가. 40여 년 전 처음 태평양을 건널 때 자그마치 14시간을 날아가는데 나중에는 몸이 다 뒤틀렸다. 졸다가 깨도, 스낵을 먹어도, 영화를 봐도, 무료하고 답답함을 견디기가 여간 곤욕스럽지 않았다.
특히 극한(極寒) 지역에서 겨울 기후 때문에 갇혀서 오래 격리된 곳에 지내던 사람들에게 생겨난 정신적 불안[winter blues]이었다. 질병은 아니나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 상태를 말한다. 같은 집에 있을지라도 내 자유로 들어앉아 있는 것과 속박 되어 있는 경우가 다르니, 만약 가택 연금[the house arrest]이라는 징벌의 감금일 경우에도 역시 밀실 공포를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 2년 넘겨 코비드-19로 우리가 다 가택 연금 상태와 같아 밀실 열병의 심리적 불안이 몹시 높은 형편이 아닌가. 무기력(lethargy)과 짜증(irritation)이 기중 두드러진 현상. 의욕이 줄고 침울한 기분에 잠기는 경향이 생긴다. 심심한 군것질로 체중이 늘 수도, 불안정한 마음이 산만해져 집중하는데 힘이 들며 숙면 장애도 생길 수 있고, 따분하고 외로우며 무기력해져 절망감마저 들게 된다.
해외여행에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코로나 테스트와 귀국해서도 14일, 10일, 7일까지 격리하던 제한을 풀었던 4월 1일부터 국제공항으로 여행객이 몰렸다는 뉴스는 사람들이 얼마나 밀실 불안감에 시달렸는 가를 보여준다. 미국의 한 여론 조사에서 사람들은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돈을 많이 써서 라도 여행을 가겠다는 뜻을 이해할 수 있겠다. 갇혔던 새장에서 풀려난 새처럼 나도 2년 만에 이스탄불(Istanbul)로 날아가려는 참이다. 코로나 감염에 약간은 마음 쓰이나 밀실 열병에서 시원하게 한 번 해방되는 데에 방점을 둔 것이다. 괌(Guam)에서 태평양 바람 쐰 것 말고는 첫 나들이라 속이 좀 뚫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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