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橘北枳/ 싱가포르
나는 이스탄불로 가는 싱가포르 항공기를 이용하다 보니 그 중심[Hub]인 창기 공항(Changi Airport)에서 환승 하는 동안 세 번째 여길 오면서도 또 다시 생각했다. 어찌하여 이 작은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 지수(腐敗指數)가 낮고, 자원도 없이 갈라져 나온 말레이시아보다 훨씬 더 잘 살고, 2/3가 중국계인데 같은 홍콩, 마카오 보다 더 잘 살며, 중국 본토는 까마득하게 못 따라올 정도가 되었는가? 아시아의 4마리 용(龍)이라며 경제 계발의 선두를 달렸는데 그 중의 한국은 3만 불 소득인데 싱가포르는 우리의 갑절이나 되었으며, 미국 만큼이나 잘 사는 정도가 아닌가. 문득 남귤북지가 떠올랐으니, 같은 중국의 혈통이지만 싱가포르에 정착하여 옳은 길을 걸을 때는 귤처럼 훌륭한 과실이 되나 북쪽 중국 본토에서는 개량되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대입할 수 있지 않을 런지. 기후 환경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의 위치가 그래서 자식 교육을 위해 맹자의 어머니가 3번 씩이나 이사했다는 그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같은 맥락이라, 2천 년 이상을 비유해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겨우 733㎢, 제주도(1,846˚㎢)의 절반도 채 안되고, 서울시(605㎢)보다 조금 더 넓으며, 거제도(379㎢)의 갑절 정도 사이즈다. 같은 중국계의 홍콩 면적(1,849㎢)의 갑절이 조금 넘고, 타이완(36,197㎢)의 대략 1/50쯤 된다. 그래도 최 소국인 바티칸(0.44㎢), 모나코(2.2㎢), 나우루(Nauru/ 21㎢), 투발루(Tuvalu/ 26㎢), 산마리노(San Marino/ 61㎢), 등 더 작은 면적의 나라가 21개나 더 있다. 싱가포르의 국민소득(GDP)은 1인 당 $69,000불로 세계 8위 란다. 1등 룩셈부르크 138,000불, 5등 미국 75,000 달러, 홍콩 52,000불, 마카오 59,000불, 산마리노 54,000불, 타이완 36,000불로 27등, 대한민국 36,000달러로 26등을 보면 작아도 대단함을 금방 알 수 있다.
10살에 처음 기차를 타고 영천(永川)의 은혜사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난생 처음 탱자(枸橘) 나무를 보았다. 사과 과수원 울타리로 가시가 잔뜩 엉킨 나무엔 많이 달린 탱자가 인상적이었다. 탱자[枳]와 귤(橘)은 같은 나무인데 어떻게 열매의 맛이 그렇게 다른가? 탱자는 쓴 맛에 먹을 수가 없지만 귤은 달고 얼마나 맛있는가! 같은 나무에서 두 가지가 달릴 수가 있단 말인가? “귤은 회하(淮河)를 넘어서 북쪽으로 건너가면 탱자가 된다(橘逾淮而北为枳) 고 일찍이 전해오고 있다. 등자(橙子)를 우리는 맛없다고 낮추어서 ‘땡 감’ 같이 힘주어 하다 보니 탱자로 굳어진 말이 아닐까? 영어로는 쓴 오렌지[bitter orange]라 부른다. 남귤북지(南橘北枳는 2천 년 이전인 춘추 시대 제(齊)나라 재상 안자(晏子)의 언행을 기록한 안자춘추(晏子春秋 内篇雜下)에 나올 정도니 굉장히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지 않았는가. 중국이 회하(淮河)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되고 강남 쪽에 심으면 같은 귤나무라도 탱자가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진작 부터 터득, 같은 종류라도 사물이 환경에 따라서 달라져 변화가 발생한다는 큰 실증의 비유다.
'지인의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gia Sophia/ 이스탄불의 아이콘 (0) | 2022.04.11 |
---|---|
아 이스탄불!/ Collide & Complexity (0) | 2022.04.11 |
Cabin Fever / 밀실 공포 (0) | 2022.04.08 |
발간치활 / 노인의 통쾌 (0) | 2022.04.07 |
Without Russian Energy/ 우크라이나 전후에 (0) | 2022.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