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邦不居/ 터키의 러시아인들
난방불거는 어지러운 나라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는 공자(孔子)의 말로 2,500년 전부터 동양에서는 논어(論語 泰伯)를 통하여 오래 전해 내려왔다. “위태한 나라에는 들어 가지를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서는 살 지를 말라(危邦不入, 亂邦不居).” 살기 좋은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어도 위험하고 어지러운 곳은 사람들이 자꾸 떠났던 것이 수천 년 인류 역사에 드러난 현실이었으니 지금도 그러하다. 풍부한 산유국(産油國)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미인이 많기로 소문이 났고 부자로 잘 살던 나라였는데, 지나친 인기 위주의 사회주의적 정치 이념을 지향하다가 최빈국으로 전락하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웃 컬럼비아와 같은 나라로 구름 떼처럼 탈출하여 나갔다. 홍콩이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땅이었으나 관리 권이 중국에 넘어가자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지니 타이완으로 영국으로 몰려나갔던 현상도 바로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그 대표적인 두 나라가 목하(目下)에서 실증 되었다.
이번 터키 여행에서 러시아 사람들을 여럿 보았고, 러시아가 터키와 흑해를 사이에 두고 지역적으로도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군사적 장비를 터키가 사들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EU에는 가입 못해도 나토(NATO)의 동맹이라서 서방 국들과 러시아를 양쪽 다 걸쳐 있어 유리한 이득을 이번에 챙기고, 또 러시아 사람들과 그들의 돈이 마구 밀려 들어 터키 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모양이다. 일전에 장거리 버스 여행에서 내 뒷좌석엔 두 명의 우크라이나 아가씨가 있었고, 앞쪽엔 러시아 부인이 두 아들을 데리고 몇 마디 한국말까지 연습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세상은 좁고, 터키에는 일찍이 스파이들의 온상이라고 이스탄불이 소문이 났는데 지금도 러시아인들이 몰리니, 공자의 난방불거로 인하여 더욱 그러하지 않는가.
자유 세계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내려가고 표현의 자유마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지식 수준이 있는 두뇌들이 대거 탈출하고 있다는 뉴스는 이미 주지의 사실인데, 여기 터키로도 쏟아져 들어온다네. 이스탄불을 선호하여 새로 세를 얻는 사람들 중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인들일 정도라니 말이다. 푸틴 밑에서 최고위층의 재벌(Oligarch)들이 온 세계에 호화 요트를 단속하니 이제는 러시아에서 현금을 싸들고 터키로 몰리는 이유는 세상이 다 러시아에 문을 닫으려는 데, 터키 만은 좋은 관계로 여전히 마음대로 러시아와 터키는 자유로이 송/수금을 한다니 그럴 밖에는. 양쪽 정부가 아직은 단속도 아니 한다니 더욱이 러시아인들이 자유를 원하면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난방불거의 러시아를 떠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라고 말하면 가짜 뉴스로 벌금형 아니면 징역형을 받는 다니까. 터키는 소위 ‘황금 여권’을 준다며 3억 원 정도면 터키 여권을 받고, 언어도 러시아인에게 터키어가 좀 쉽다네. 터키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바이락타르 TB2 드론 미사일을 보내서 큰 효과를 보게 하면서 미국과 잘 협조하고, 동시에 러시아와 교섭을 잘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청해다 두 번이나 정전 협상을 주선을 했을 정도다. 전쟁은 그렇게 사람을 흩고 또 더 안전한 곳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건 공자 때로부터 지금껏 타당한 현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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