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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異國色彩 / Exotic Curiosity

異國色彩/ Exotic Curiosity

가끔은 이국(異國) 색채(色彩)에 호감과 호기심을 갖는다. 이국 풍의 예술 품이나 가구를 갖추는가 하면, 패션 스타일에 종종 그런 익자틱(exotic)한 현상을 본다. 한때 이태리 색 안경 제품 명인 라이방(Ray Ban)이 색 안경의 대명사가 되도록 우리 전통문화에서는 극히 이국적이었고, 근래에 화훼(花卉) 쪽의 다육(多肉)이 종류가 유행한 것도 우리에게는 없는 그 이국적 색채 때문이 아닌가. 해외여행도 결국 우리와 다른 문화의 그런 이국풍의 색다른 호기심을 가지고 떠난다. 어릴수록 더하지만 늙어서도 그런 호기심은 없어지지 않으니 우리 속에 어린 기질은 여전히 응얼대고 있는 게 사실이 아니던가? 이스탄불(Istanbul)은 일찍이 그런 이국적 호기심을 자아낸 국제 도시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007 시리즈 같은 영화에 종종 그랬던 걸 우리가 안다. 탁심 광장(Taksim Square) 터키 공화국 기념 탑이 있는 중심에서 여행자들의 숙박과 먹을거리의 이스티클랄(Istiklal Avenue)에서 서울의 명동을 견주어 본다. 고대의 콘스탄티노플의 본거지인 하기아 소피아와 그랜드 바자가 더욱 그러하고. 몇 번 익숙해진 메트로 라인(Metroline)으로 방향을 익혀 시외 버스 터미널의 오토가르(Otogar)역까지 갔다.

신약학(新約學)과 바울서신(Pauline Epistles)에 관심이 있었을 때 지금의 터키 서쪽 아나톨리아 지방의 소아시아를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지만 몇 달을 머물러도 좋겠으나 만용을 부려 한 바퀴 후딱 돌고 싶어서 였다. 지금은 지명도 회교도의 나라라서 많이 달라졌으니, 성경 얘기로 하자면 나는 이 밤에 드라게(Trace)를 출발, 보스포러스(Bosporus) 해협을 건넌 것이다. 바울이 가려 던 데가 이스탄불 동쪽 비시디아(Bithunia)였다는 사실을 성서에서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의 비두니아, 본도 쪽으로 올라가서 전도 하려는 계획을 가졌다는 말. 줄리어스 시저 이전에는 터키 북서쪽 흑해 남안(南岸)을 따라 비두니아 왕국과 본도 왕국이 동서로 공존했는데, 비두니아가 본도를 통일했고 마침내 BC 1세기의 로마 시대에는 그 둘이 로마의 한 주(州)로 줄어 붙었을 때였으니 그대로 옛 이름 따라 바울은 비두니아(Bithynia)와 본도(Pontus)라는 이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는가. 남쪽으로 지중해 연안까지 산야를 돌아 석회암 산세의 색채가 우리네 화강암 바위와는 이국적이네. 안탈리아가 가까워올 때 높은 산 하나를 넘는데, 거기 침엽수들이 푸르고, 아래로 고인 작은 호수는 남보석처럼 짙푸른 빛깔이 정말 고왔다. 연 전에 중국 사천성 깊은 골에 숨어있던 구채구(九寨溝)에서 감탄했던 그런 색깔.

지중해를 뒤로 하고 내륙을 따라 파묵칼레(Famukkale) 쪽으로 올라가는 색채는 또 다른 풍광, 목화성(Cotton Castle)이란 이름은 하얀 석회석에 파란 색의 물을 담은 층 층의 작은 석회 호수가 지금은 오염으로 색깔이 덜하다는 데. 사도 빌립(Philip)이 십자가 형으로 순교 당한 곳이라 정 교회에서는 성지로 여긴다. 묵은 숲도 없이 잔 솔들이 언덕을 덮고 들판은 봄의 푸름이 옅은데 높은 산 꼭대기엔 흰 눈이 이 4월에 남았으니 호기심을 자아낼 만한 또 다른 이채다. 설악, 지리산처럼 웅장하지는 않아 비스듬히 완만한 경우가 많고 깊은 골짜기가 없어서 인지 이곳 땅의 4월이 마른 것 같다. 옛 에베소 살추크(Salcuk)를 오니 역시 온천 수 송수관을 설비 했고 천연 에너지가 되었네. 은색 뿌연 빛의 올리브 밭이 온통 뻗쳤으니 우리와는 정말 다른 광경. 고대 호머(Homer)의 서사시 일리아드(Iliad)의 트로이 목마(木馬)에서부터 깊은 희랍의 문명, 콘스탄티노플의 동 로마의 비잔틴(Byzantine) 예술과 문화, 돌궐과 오토만 제국의 톱카프 궁전(Topkapi Palace) 같은 호화로움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평화 협상단이 모였던 보스포러스 해협의 유럽 쪽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Sarayi)의 웅장함 등은 긴 역사의 층 층을 지닌 관광의 이채가 가득한 터키. 게다가 지중해와 흑해 사이의 위치는 카파토키아(Cappatocia)의 석회암 동굴 같은 신비함 등의 이국적 색채가 다양한 매력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