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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명당은 있는가 / 豊水形局論

명당은 있는가/ 豊水形局論

풍수지리설의 동양 민속(民俗)이 오래 전래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 집안은 명당설(明堂說)을 그다지 따르지 않았지만 자손의 발복(發福)을 바라지 않는 선조가 어디 있었겠는가? 백부(伯父)는 약간의 집안 곤경이 닥치자 혹 조고(祖考)의 산소에 바람이 너무 센 위치라고 여기셨든지 같은 산에서 불과 100m 남짓한 상거에 동향의 좌향(坐向)에서 남향으로 돌려 산마루 살짝 너머로 면례(緬禮)를 하셨는데, 객지로 나간 나는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경우를 제외하면 친가의 선조는 부득이한 경우 외에 풍수(豊水) 관계로 이장(移葬)한 선대 묘소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외가(外家) 외조(外祖)는 종교나 미신을 배격하시면서도 친 손자를 얻지 못하시어 손(孫) 잇는 것이 소중하다는 맹자(孟子)의 가르침을 따라 돌팔이 풍수들이 아닌지 의심스럽지만 생활이 시골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 유혹인지는 몰라도 명당(明堂)이라는 묘 터에 선고(先考), 조고(祖考)의 산소를 몇 차례 이장을 어렸던 나까지도 인식할 정도였다. 그래서 인지 마침내 손자를 얻으셨으나 살림은 그것만의 까닭은 아니라 도 퍽 줄게 되었다고 내가 판단했었다.

명당(明堂)은 있는가? 그리고 정말로 명당 때문에 복을 받는지 나는 모른다. 서양 기독교에서도 종말론[apocalypse theory]이니 말세의 대 재앙 같은 경우엔 현실을 부정하고 내세나 신비에 휩쓸리는 변태적 신앙인들이 종종 역사에 출몰했다. 동양과 우리 역사에도 정감록(鄭鑑錄)이니 도참설(圖讖說)이니 하면서 말세론이 민간에 성행해 유학자(儒學者)들조차 현혹되거나 실제로 믿고 실행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극단은 아니더라도 풍수 지리와 명당(明堂) 이론에 대해서는 의외로 믿고 따르는 일반인들도 있지 않았던 가. 지금도 풍수(豊水), 높임말로는 풍수설에 따라 묏자리나 집터 자리를 잡아주는 사람을 지관(地官), 지사(地師)라 부르고 심지어 수백, 수천만 원 혹 수억 원의 돈을 주면서 까지 복점(卜占)하는 이들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대학에서 지질학이나 기상학, 물리학으로 연구한 학자도 아니고, 귀신을 접하여 점괘를 얻는 무당도 아니며, 기도하고 종교 전통과 역사를 연구한 종교인도 아니지만 그저 패철(佩鐵)이라는 지남철 하나 들고서, 요새는 더러 수맥(水脈)을 잡는다는 쇠막대기 같은 걸 지니고 그럴 듯하게 물길을 잰다며 보여주는 이도 있지만, 집터나 묘 터를 잡지 않던가. 무슨 자격으로, 무슨 권위를 누가 어떻게 부여했기에 그렇게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명당을 구한단 말인가? 다만 명당을 믿는 그 믿음 하나 때문이 아닌가? 믿음이야 전 재산을 다 드리는 수도 있고 목숨까지도 기꺼이 순교(殉敎)까지 하니 말할 나위가 없으니 명당과 풍수를 믿는 믿음이야 논리에서 제외할 수밖에는 없다. 학문적 논쟁으로 입증할 수도 없고, 과학적 증거도 없는 민간 신앙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부터 내려온 그럴싸한 풍수 형국론(風水形局論)이란 개념이 민간에 널리 퍼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문으로 정립된 논설도 아니고 그저 주관적인 그럴싸한 명목론(名目論)일 뿐이지만 명당설에 대한 민간 신앙과 함께 맞아 떨어져서 그렇게 막연하게 나마 신봉하거나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나는 그저 한자 개념으로 이해를 하고 민간 속설(俗說)이라 여기지만 말이다. 우리 관향의 시조 묘소가 소위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매화 꽃송이가 땅에 떨어진 형상이란 말로 누군가 그런 멋진 이름을 갖다 붙인 것 같다.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황금 닭이 알을 품은 모양이니 귀족이 나고 고관대작이 나올 복지(福地)라는 해석이고, 노서하전형(老鼠下田形)은 늙은 쥐가 풍성한 곡식 밭으로 내려오는 형국이라 부자 될 명당이란 다. 금환낙지형(金環落地形), 금가락지가 떨어져 있는 모양이니 부귀 영화의 상징이 아니며,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은 목 마른 말이 세차게 물로 달리는 형국이니 그 강력함이 어떠하며 기필코 성취할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굳이 우리 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나도 그런 풍수 형국론을 빌어 한 개념을 지어냈다, 모회포유형(母懷哺乳形)이라고, 어머니가 아들을 가슴에 품고 젖을 먹이는 형국. 그리 그림을 그려내면 좋지 않겠는가? 그걸 지나치게 신봉하지는 말고. 자연의 현상은 다 우리 삶의 축복으로 주어졌으니 특수한 곳에만 발복(發福)할 수야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