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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Confucius Liturgics / 사계의 예학

Confucius Liturgics/ 사계의 예학

예학(禮學)이 무엇인가? 유가(儒家)의 예전학(禮典學), 곧 공식적인 예식의 형식을 바르게 갖추어 그 의미를 깊게 하고 실행을 경건하게 하자는 논의의 전문적인 연구나 학문적인 활동을 말한다. 영어로 번역하자면 유교의 예식(Confucius Ritualism)에 대한 공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의 규범을 에티켓이라고 한다면 전통적인 예절의 의례(儀禮)를 예학(禮學)이라 하니, 예식(禮式)의 실행을 강조하는 연구 분야가 예학이다.. 기독교적으로 말하자면 예배학(禮拜學)과 같은 맥락인 영어의 전례론((liturgics)), 전례학(liturgiology)이라고 번역할 수 있고, 또 전례학적 연구(liturgiological study), 의식주의(ritualism), 예식 원리(ceremonialism) 등으로도 할 수 있다.

사계(沙溪 金長生/ 1548-1631)가 상례와 제례의 의식 규범인 송나라 주희의 주자 가례(朱子家禮)를 보충하고 관례(冠禮)와 혼례를 더하여 지은 것이 상례비요(喪禮備要)이고, 가례집람(家禮輯覽), 전례문답(典禮問答), 의례문해(疑禮問解)와 같은 예학(禮學)의 저술을 이룩했기에 그가 조선 예학의 거두로 대두 되었다. 이율곡(李栗谷)과 함께 유가(儒家)의 핵심인 효제(孝悌)를 생활화하는 것이 예학(禮學)이므로 조선이 중국보다 오히려 훨씬 더욱 주자 가례를 실행하였으니, 조선이 주자학의 유학(儒學)이 되고 그런 유교적 주체성을 이루는 데에도 사계가 공헌한 것이 아닌가.

예돈 예(禮)자는 보일 시(示) 변에 풍성할 풍(豊)자로 이루어진 회의문자(會意文字)이니, 시(示)는 신(神)자를 축소한 것이고 풍(豊)은 상(床)을 그린 두(豆) 위에다 차린 제물(祭物)을 형상화한 곡(曲)자를 올려놓았다. 그래서 신에게 제사를 차려 올리는 예배[祭祀]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 예의이고 그런 태도로 하느님과 사람을 대하는 모든 행위가 예배와 예의(禮儀)가 된다는 뜻이 된다. 원시 시대로부터 인간은 자기보다 높은 신을 받들어 높인 것이 제사(祭祀)였고, 그것이 예배이며 거기서 모든 종교적 전례(liturgy)가 나온 것이다. 예배학이 가장 발달한 기독교와 전례의 예학이 가장 정성스러운 조선의 유교적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기치를 제일 높이 든 인물이 사계(沙溪)가 되므로 나는 그를 기리는 논산의 돈암서원(遯巖書院)을 지난 주말에 다녀오면서 예학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신학(神學)을 하면서 예배서(Book of Worship)를 통해 예배학(禮拜學)을 배우고 예배 의식을 오래 집례 해왔으며, 어려서 부터 제사(祭祀)에 참여해보았다. 다시 신학(神學)과 유학(儒學)을 관심하던 차에 예학은 지금 많이 우리 사회에서 쇠퇴하였으며 사계(沙溪)와 는 이리 딴판이 되었는데, 그 의미 만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