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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콩 심은 데 콩 나고/ 種瓜得瓜 種李得李

콩 심은 데 콩 나고/ 種瓜得瓜 種李得李

종과득과, 종리득리(種瓜得瓜, 種李得李)는 “오이 심은 데서 오이를 따고, 오얏 심은 데서 오얏을 딴다.”는 뜻이다. 본래 불교의 열반경(涅槃经)에서 나온 것으로 인과보응(因果報應)의 관계를 비유한다. 무엇을 심으면 그 무엇을 거둔다는 비유로 어떤 일을 하면 그 같은 모양의 결과를 산출한다는 비유다.

그 말이 중국과 한국에서는 만주(滿洲) 지역이 원산지인 콩이 흔해서 오얏 대신에 콩으로 표현했을 것도 같다. 그래서 ‘종과득과, 종두득두(種瓜得瓜 種豆得豆)’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다시 우리나라에서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로 굳어진 것 같다. 필시 우리네 옛 시골에서는 아무리 작은 농토를 지녔더라도 집집마다 적어도 콩팥은 심었을 것이니 그런 속담이 쉽게 퍼졌으리라. 게다가 콩은 진품 곧 1등 품으로 우리가 여기므로 집집이 된장을 담그도록 중요했는데, 팥은 2등이고 콩보다는 항상 부차적인 식품이어서 콩을 대두(大豆)라 했고 팥은 소두(小豆)라고 했던 게 아닌가. 그래도 항상 비슷하게 붙어서 표현되므로 이 속담도 콩과 팥을 나란히 하였고, 재미나는 옛날이야기 ‘콩쥐 팥쥐’도 붙어 다닌 말이었다. 그러니까 ‘오이 심은 데서 오이를 거두고, 오얏 심은 데서 오얏 거둔다’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로 말이다. ‘종대두득대두(種大豆得大豆), 종홍두득홍두(種紅豆得紅豆)’ 대신에 단순히 우리말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함이 쉽지 않았겠는가.

무엇이든 일을 계획하고 경영하려면 반드시 앞으로 그 결과가 가져올 것을, 확실한 결과물을 미리 상상하여 차감(借鑑)해 보라는 권고가 이 속담의 의미이다. 콩을 심는 사람이 팥을 거두는 상상을 하는 자가 누구이며, 팥을 심으면서 콩을 거두리라 는 그림을 미리 그리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는 콩팥의 결과를 서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런 이치로 우리 계획의 결과를 미리 예상하라는 교훈인 것이다. 물론 결과론 적인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원리를 설명하는 본래의 의도를 마침내 우리가 터득하는 바이다. 결국은 불교에서 그 교리 설명에 은유로 내려온 문화적 소득인 셈이다. 이 속담은 인도에서 부터 중국을 거치고, 우리나라에 까지 오랜 시간 속에서 전해온 것, 종교적이면서 교훈적인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이다.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난다.” 실로 놀랍지 않은가, 이 속에도 긴 역사와 종교와 문화가 함축되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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