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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회혼을 축하하며 / 偕老和 海老

회혼을 축하하며/ 偕老和 海老

회혼례(回婚禮)는 결혼하고 60년을 부부가 행복하게 해로(偕老)한 그 회갑(回甲) 잔치이다. 예전에는 60세 환갑까지 살기도 쉽지 않았는데, 결혼하고서 또 60년을 탈 없이 부부가 함께 복락 누린다는 건 과거에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렇게 귀하다 하여 서양에서도 값비싼 보석에 빗대어 결혼 60주년을 다이아몬드 결혼 기념(a diamond wedding anniversary)이라 이름 한다. 금이 귀해서 황금 결혼 기념(a golden wedding anniversary)이 50주년인데, 결혼 60주년은 그보다 훨씬 고귀한 다이아몬드로 기린다는 말이다. 한 친지의 회혼례를 맞으면서 기념 책자를 내는데 축하 글을 부탁해왔기에 생전 첨 나도 회혼례를 축하한다네.

땅에는 허리가 굽도록 오래 사는 노인이 있다면, 바다에도 허리가 꼬부라진 늙은이가 있다고 하여 새우를 해로(海老)라고 우리네 옛 사람들이 별명을 붙였다. 그 발음이 같아서 금슬 좋은 부부가 오래 오래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축원에는 여러 마리의 새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서 축하했었다. 부부의 해로(偕老)와 바다에서 허리가 꼬부라지게 사는 새우도 해로(海老)라고 같은 발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례식에도 한 쌍의 새우를 그린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으니, 역시 부부가 그렇게 바다의 새우처럼 허리가 꼬부라지도록 해로(偕老)하며 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예전 사기 그릇에 그런 축원의 뜻을 담아 등이 꼬부라진 새우 그림을 그려 넣은 것들이 있지 않았던 가. 목은(牧隱 李穡/ 1328-1396)도 600년 전에 새우 시(詩)를 읊었다. “허리가 굽은 것은 예절을 다하는 듯 하고/ 무릇 긴 수염에도 늘 겸손한 모습이라./ 부부 사이에도 예절을 다한다면/ 백년해로(百年偕老)하리라. 물고기도 조개도 아닌 새우/ 바다에서 나는 것이 어여쁘네./ 껍질은 붉은 띠를 두른 듯하고/ 엉긴 살결은 눈처럼 하얗다./ 얇은 껍질은 종이 한 장 두께지만/ 기다란 수염은 몇 자나 된다./ 몸을 굽혀 서로 예절을 차리니/ 맛보면 오히려 도(道)가 살찌겠구나.”

장수(長壽)의 축원은 인간의 오랜 소원이 아니었는가. 옛날 당(唐)나라 두보(杜甫)는 인생 70세는 고대로부터 드물었다[人生七十古來稀]고 했지만, 한국과 중국도 우산 산(傘)자를 파자(破字)하면 80(八十)이 된다 하여 인생 80세를 산수(傘壽)라며 축수(祝壽)를 한다, “받들어 80세 축복합니다./ 송백처럼 길이 푸르고/ 동해 같은 복을 누리시고/ 남산만큼 장수 하소서(恭祝傘壽/ 松柏長靑/ 福如東海/ 壽比南山).” 아, 95세를 ‘진수(珍壽)’라고 새로 이름 짓고서 보배 진(珍)자는(=) 왕(王)이 12가 되니 거기에 더하기(+) 팔삼(八彡/ 83)이라는 것. 즉 왕(王)자는 두 이(二) 사이에 열 십(十)이 있어 십이(十二/ 12)로 읽어 팔삼(八三/ 83)을 더하면 95세가 된다니 까. 100에 하나를 뺀 99세의 백수(白壽)를 넘고, 100을 채우는 만백(滿百)도 많아지는데, 108세는 다수(茶壽)라 불러 스물 입(卄/ 20) + 팔십팔(八十八/ 88) = 108이 된다 네. 게다가 111세는 황수(皇壽), 백(百)에 위의 한 일(一)자를 빼면 백(白)이 되니 100-1=99와 같고 거기다가 임금 왕(王)자 곧 일(一/ 1)과 십일(十一/ 11)을 더하면 111이 된다. 학처럼 장수하고 솔처럼 푸르게 오래 사는 학수송령(鶴壽松齡)을 축수(祝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