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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며늘아기와 손자 어미 / 子婦呼稱

며늘아기와 손자 어미/ 子婦呼稱

일전에 종친(宗親) 한 분이 전화를 했다, “마땅히 물어볼 데가 없어서 대부(大父)님께 여쭙습니다. 며느리를 부르는 합당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즉흥적으로, “아, 집안과 지역에 따라 혹 차이가 날지라도 제 견해로는 ‘아가야,’ ‘어미야’ 하는 것이 대개 보편적인 것 같습니다. 아가는 ‘며늘아기’의 애칭(愛稱)일 것 같고, 어미는 ‘손자녀의 어미’의 애칭으로 줄여서 하는 뜻 같습니다.”

현대에는 애칭이 사랑스럽고 친근미가 있어 정이 나서 세상이 그런 경향성으로 일상의 언어가 변천 해가는 것 같다. 서양 문물이 밀물처럼 밀려 드는데, 영어로는 아들딸을 포함한 자식이나 며느리 사위까지라도 하니(honey), 스위티(sweety), 달링(darling) 등으로 꿀맛이 철철 흐르게 정겨운 표현을 하는 것을 우리가 영상 매체나 문화 교류에서 경험하는 세상이 아닌가. 서양에서도 예전에는 격식을 차리고 경칭(敬稱)과 호칭에 신경을 쓰던 시대가 있었지만 자유롭고 평행적 관계로 변하는 세계에서는 편리하고 사랑스러우며 귀여운 표현들을 선호하는 것 같지 않은가. 자연히 우리도 그런 조류(潮流)의 문화를 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서양인들이 존칭이나 존호(尊號)를 덜 쓰게 되어서 미스터(Mr.)니 미세스(Mrs.)도 빼고 애칭으로 손위 사람에게도 이름(the first name)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는 부자간(父子間)에 까지 이름을 부르는 서양인들이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나 지나친 것 같다. 아무튼 며느리나 사위도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서양에는 흔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옛 문화의 예법(禮法)이 오래 내려왔고, 그것이 문화 사회를 형성해왔으니 너무 급진적인 것보다는 예(禮)를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어여쁜 애칭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자부(子婦)는 ‘며늘아기’라는 ‘아가’가 사랑스럽고 친근하여 절로 우리가 그렇게 불러가고 있지 않은가? 지방 억양(抑揚/ accent)이긴 하지만 '에미‘ 곧 ’어미‘도 귀여운 것 같으니, ‘내 손자와 손녀의 어미’를 줄여 애칭(愛稱)이 되었으니 말이다, ‘어미/ 에미야!’ 어떤 우리 지방 방언(方言)에는 ‘지임’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나 실상은 한문(漢文)의 저손지모(諸孫之母), 즉 ‘그 여러 손자 손녀들의 에미/ 어미’를 극히 줄인 말로 굳은 것이 ‘지임’인데, 결국은 손자 손녀들의 ‘어미’와 같은 말로 애칭은 예전에도 그렇게 불러왔던 것이다. 간략하고 어여쁜 애칭 손자들의 ‘어미,’ ‘며늘아기,’ 곧 ‘아기’가 얼마나 정다운 표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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