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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성장의 한여름 / 且月 盛夏

성장의 한여름 /且月 盛夏

음력으로는 오늘이 유월 초하루. 여름의 극치(極致)로 치닫는 성하(盛夏)의 때이다. 가물던 날씨에 비가 오면서 덥기 시작하더니 장마처럼 며칠 이어져서 과연 여름을 실감케 한다. 이제 곧 양력 7월과 함께 음력 6월은 1년 중 가장 무더운 날씨가 아니던가. 영어의 7월은 줄라이(July)로 BC 44년에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Julius Caresar)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달이나, 이 북반구의 무더운 한여름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성장의 중요한 계절이다. 우리 속담에도 강조했다, “(음력) 오뉴월 장마엔 돌도 큰다.” 비 뿌리는 어제 강화(江華)로 나들이를 갔더니 모가 이미 논을 푸르게 결리게 자라고 있었다. 연일 좀 덥고 습해도 초목(草木)은 얼마나 신 나게 지금 자라는가.

음력 유월을 그 발음에 맞추어 유월(流月)이라고 하는 것은 6자가 겹치는 음력 6월 6일의 유두 절(流頭 節)이 있다고 해서 하는 별명이요, 월건(月建)의 지지(地支)가 미(未)가 들어가는 달이라서 미월(未月)이라는 별칭(別稱)을 갖기도 한다. 음력 6월을 왜 또 차월(且月)이라 하는가? 그것은 시경(詩經, 爾雅 釋天)을 읽은 사람이면 안다. ‘유월은 머뭇거림이 된다(六月爲且)’는 말에서 이니, 그 구절의 학의행(郝懿行)의 해석[義疏]에서 그랬다. “차(且)라는 것은 다음 차례에 행하려 하면서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且者 次且行不進也).” 그러니까 6월은 음기(陰氣)가 점점 일어나서 따라 올라가려는 데, 양기(陽氣)가 대단해서 머뭇거리는 것 같다(六月陰漸起 欲遂上, 畏陽猶次且也)는 말이다. “차차(次且), 곧 머뭇거림이다(次且 即 趑趄).”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데 음기가 비록 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나 양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나아가지 못한다(謂由夏徂秋, 陰雖前來而陽尚盛 故將進不進)는 뜻이다. 예전 천체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던 농경 사회의 전문가들이 역법(曆法)을 연구할 때 음양(陰陽)의 원리를 적용했는데, 결국 음양의 조화가 온도와 계절의 순환을 가져오므로 굉장히 중요한 팩터(factor)가 되었다. 그래서 양기(陽氣)는 추운 동지(冬至)에 처음 발동한다고 보았고, 음기(陰氣)는 양기가 최고 점에 이르는 하지(夏至)에 발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음력 6월이면 음기가 오려는 데도 여름 무더위의 양기가 너무 강력해서 다가오던 음기가 앞으로 오려하지만 차차(次且)한다고, 주춤거리며 머뭇거린다[趑趄] 해서 음력 6월이 차월(且月)의 별명을 얻었다.

또 한창 더운 달이라 서월(暑月)이고, 무더운 복(伏)이 오기에 복월(伏月)이라 하지 않았던 가. 4계절의 마지막 달이라는 말이지만 여름의 마지막 달이라고 계월(季月), 여름이 저문다고 모월(暮月), 만하(晚夏)와 모하(暮夏)라, 끝 여름이라는 계하(季夏)라고 도 한다. 이 싱그러운 여름에 만물과 함께 성장하는 때가 되고, 더위를 이기는 건강한 계절이기를 바라며, 극치의 양기에도 가을의 음기(陰氣)도 온다는 차월(且月)임도 잊지 말기를, 만사는 음양의 조화가 있으니 균형을 생각하여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