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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하늘의 상제 / The Heavenly Father

하늘의 상제/ The Heavenly Father

일찍이 동양에서는 한 집안의 어른은 아버지[父]요, 한 나라의 어른은 인군(人君)이며, 진시황(秦始皇) 때부터는 천자(天子)의 대국에는 황제(皇帝)라고 이름 불렀다. 그런데 땅에서는 제 아무리 높아도 하늘 위에 까지 올라갈 수는 없었으니 거기까지 인간의 한계가 아니었겠는가. 그리하여 중국에서도 일찍이 황제 위에 상제(上帝)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상제는 하늘의 황제이므로 땅의 황제는 그 하늘의 상제(上帝)께 엎드려 절을 하고 제물을 바쳐서 제사(祭祀)를 지내야 했다. 그것이 바로 북경(北京)에 가면 남쪽에 천단(天壇)이 있어 관광객들이 그 황제들이 가서 상제께 제사해야 했던 둥근 그 천단이다. 최후의 제국이었던 청(淸)나라 때까지 거기서 황제가 제사를 지냈고, 그 이전 옛날에 수도였던 서안(西安)에도 상제를 제사하던 고대의 천단이 있었다.

그런데, 5백년 조선(朝鮮)의 임금들은 하늘의 상제(上帝)께 제사할 수 없었으니 오직 땅의 후토(后土)인 땅의 모양을 본 딴 4각 형의 사직 단(社稷壇)에서 만 제사를 지내야 했으니 그 유적이 지금의 사직 공원에 있다. 오직 대한제국(大韓帝國)이 되고서 야 황제(皇帝)라 칭하고서 지금의 소공동 조선 호텔 뒤의 환구단(圜丘壇)을 뒤늦게 세우고 우리도 천자(天子)가 된 황제가 하늘의 상제(上帝)께 제사를 올릴 수가 있었지만 일본이 다시 고종 황제를 이왕(李王)이라 격하 시키는 바람에 더 이상 환구 단에서 상제께 제사할 수가 없었다.

상제(上帝)는 한문(漢文)이라 우리말로는 한울님이라고, 하날, 하늘, 하느님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 호칭이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오직 하나라는 의미로 하나님, 한울님의 개념에서 하느님으로 굳어진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먼저 이 땅에 들어와서는 중국에서 시작한 천주(天主)를 따라서 호칭 하였기에 천주교(天主敎)라 했던 것이다. 필시 중국에 전파된 가톨릭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호칭인 상제(上帝)와 차별화하기 위해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인 천주(天主)라고 호칭 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하늘의 주인(主人) 곧 하늘과 우주의 주인인 ‘하늘의 상제(上帝)’ 곧 하늘의 하느님[the God of Heaven]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독교 경전인 성경(聖經)이라 이름한 그대로 성경이라 하고 한문(漢文)으로 먼저 번역된 것을 받아서 선교사들이 조선(朝鮮)에서도 식자(識者)들에게 그 한문 성경을 전했으니 조선 선비들은 먼저 한문 성경을 읽고 하느님이나 하나님이라는 개념이 생성되기 전부터 ‘상제(上帝)’라 부르면서 성서를 읽었고, 그렇게 기도하며 찬송을 불렀고, 또 상제라고 설교하였다. 상제가 여전히 선비나 식자들에게 는 쉽게 받아 들여지는 호칭이지만 보통 상민(常民)에게 는 한울님, 하느님이 보편적이라 하나님, 하느님으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고대로부터 황제(皇帝) 만이 제사하던 하늘의 상제(上帝)께 모든 백성이 다 제사할 수 있고 섬기는 하나님이 되었다. 천주 교회가 들어오면서 선비들은 서양에서 왔다고 해서 서학(西學)이라 한 데서 반대 급부로 우리 고유의 토착(土着) 개념의 한울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최제우(崔濟愚/ 1824-1864)는 동학(東學)이라는 새 종교를 시작한 것이니 소위 ‘천주[한울님]를 모신다’는 시천주(侍天主)의 교리를 창시한 것에서 천도교(天道敎) 등의 비슷한 교파가 우리나라 특유의 종교로 발전하였다. 결국 중국의 상제(上帝)도 가톨릭의 천주(天主)도 동학의 시천주(侍天主)도 개신교의 하나님(the Only God)이나 무속 종교의 한울님(the Heavenly God)이 다 같은 상제(上帝)의 개념이 아닌가? 우리 한국인의 의식과 개념에서 하늘의 상제는 예수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我们在天上的父/ Our Father which art in heaven/ 마 6:9)’라 가르친 호칭과 다르겠는가, 적어도 그 호칭의 인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