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인의글

Fusion Delicatessen/ 퓨전의 새 맛

Fusion Delicatessen/ 퓨전의 새 맛

 다른 동물은 대개 생존을 위해 먹지만 유일하게 인간은 맛을 더욱 즐기니, 일찍이 옛 로마에서는 그 맛으로 먹는 즐거움을 더하려고 배가 부르면 억지로 토해내고 다시 먹을 정도였다는 문화에서, 옛날의 8진미(八珍味)는 왕과 최고 상류층이 즐겨서 지금도 회자되면서 곰의 발바닥, 제비집 요리, 산 원숭이의 생 골수(骨髓) 등이 있다 지 않나. 이런 더운 날 시원한 팥빙수가 신 나지만 팥빙수가 기막히게 맛있고 푸짐하여 식사보다 지금 더 비싼 디저트인 거 있지! 그래도 옛 정취론 아직 꿀 떡이란 말이 좋은데, 곶감 찰떡까지 나올 줄이야.

 역시 미국인들이 보편적으로 먹는 즐거움은 아마도 델리(deli foods)일 것 같다. 간단하면서도 바로 먹을 수 있고 비싸지 않은 맛 집 같은 개념인데, 특히 치즈나 가공한 고기, 샐러드 등의 수입한 식품으로 만든 음식들을 일컬어 ‘델리(deli)'라고 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이나 큰 식품 슈퍼에도 한쪽에 설치한 델리 코너(Deli Corner)까지 만들어 그런 조리 된 특별한 맛의 음식을 판다. 한국 이민도 미국에 처음 정착해서 영어가 서툴고 특별한 전문 기술이 없어서 작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조그만 델리 숍(a deli shop)을 열기도 한다. 점심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샌드위치에 다 맛있는 치즈와 소시지나 고기, 야채 등을 넣어서 맛깔 나게 만든다든지, 고기를 독특하게 만들어 제공하는 특유한 솜씨도 발휘할 수 있어 사람들이 좋아하면 제법 재미 보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의 독특한 밥-버거[a rice-burger]는 밥을 주로 먹는 한국인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서양식 빵 대신에 밥과 고기나 야채와 함께 샌드위치처럼 간편하게 싸서 양념을 더하여 밥으로 만든 샌드위치 메뉴. 한국식으로 닭 튀김이나 불고기로 독특한 델리커테슨(delicatessen)을 만들기도 한다.

 다시 그런 아이디어가 한국으로 들어와서 이제는 제법 서울도 델리 스타일(a deli style)의 가게들이 젊은이들 중심 지역에 생긴 것 같다, 이름도 ‘델리’ 그대로. 본래 델리는 영어의 미묘한, 섬세한(‘delicacy’)에서 기인 되기도 하지만 실상은 독일 계가 미국에 정착하여 그들 특유의 맛을 지닌 고국(故國)의 치즈나 고기 등의 스타일로 만든 음식을 팔던 독일어의 델리커테슨(delicatessen)을 줄여서 앞머리의 델리(deli)만 따다가 흔히 ‘델리(deli)’ 가게, 델리 음식 등의 말로 굳어졌다. 실은 내가 미국식 델리보다 서울에서 창안 되는 ‘한국식 퓨전’ 별미, 곧 한국식 델리 말인데, 내가 먹어본 찰떡 아이스크림이나 호두까지 넣은 곶감 찰떡이 별미였고, 미국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Starbucks) 커피 점의 보편화했던 수정가도 그런 게 아닌가? 라떼 꿀떡, 치즈 백설기도 나왔다 지만 아직 맛 보질 못했다. 아, 밥 위에 떡만이 풍족한 게 아니라 떡 위에 퓨전 식의 델리[fusion deli]까지, 이 상큼한 세상 얼마나 별난 맛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