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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Classic & Classy/ 세련된 할배

Classic & Classy/ 세련된 할배

 논어(論語 衛靈公篇)에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자긍심을 지니되 다투지 아니하며, 무리를 짓되 당은 짓지 않는다(子曰, 君子矜而不爭, 群而不黨).” 여기서, 긍(矜)이란 장중(莊重)하게 자신감 지님을 말하나(莊以持己曰矜), 망치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에 다투지 않는다(然無乖戾之心 故不爭)는 뜻이다. 화합 함으로 무리와 함께 어우르는 것이 군(群)이나 아첨하려는 뜻이 없으므로 개인적인 당을 만들지 않는다(和以處衆曰群 然無阿比之意 故不黨). 역시 논어(論語 子路篇)에서도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되 태연하지 못하다(君子泰而不驕, 小人驕而不泰).” 자로(子路篇)에서도 비슷한 공자의 말이 있다. “군자는 화합 하되 똑같지 아니하고, 소인은 같으나 화합 하지 못한다(和而不同 同而不和).”

 노인의 장중온중(莊重穩重)한 품위는 어떤 것인가? 우선 밖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가장 쉬우니 한 번 그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장발에 귀걸이를 했다면 그건 진보주의자의 이미지라 장중한 풍채는 아니겠지? 수염을 허옇게 기르고 한복 두루마기를 입는다면 너무 고풍스러울 런지. 청바지에 챙을 좁게 꼬부린 야구 모자를 쓴 스포티한 20대처럼 하면 어떨 가? 오, 우아하게 양복을 새로 맞춰 입고 무쭐한 품위는? 수많은 스타일로 꾸밀 수는 있지만 장중한 품위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겉모양을 차치해 두고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말인가. 말하자면 우리 할아버지 멋지셔! 우리 할배, 제일 잘 아신단 말이야! 뭐든 물어봐 울 할배는 다 말해 줄 테니까. 아 참 재미있으신 걸! 조크도 잘하시고 유머도 많단 말이야. 허리도 안 꼬부라지고 기우뚱 거리며 걷지도 않으셔요. 아, 허리와 무릎에 기름이라도 친 것처럼 유연해야 할 텐 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워야지. 허리는 자꾸 꾸부정 해질라 카고, 하체는 때때로 휘청 거리고 반듯하고 올곧게 걷기란 점점 어려워지던 걸? 79세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투구를 쓰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걸 기자들이 따라다니다가 사진을 찍어 세상에 공개했잖아. 너무 늙었어, 대통령 제대로 하기에는. 기자들과 얘기 하다가 종종 말 실수 한다고, 몇 번이나 잘못해서 이제는 그가 대중 연설 못하게 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나도니 말이다.

 70 종심(從心) 후반(後半)에 접어들었으니, 공자처럼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별 달리 도리에 어그러지지 않게 될까? 하기는 사람들이 성인(聖人)이라 존경하는 중니(仲尼)이니까 그럴 만도 하겠지만 여느 평민이 그렇게 자신 있게 는 안 되어도 한 70년을 넘겨오면서 지금은 거의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는 것 같으니 공자를 먼 발치에서 라도 따르는 건가? 나는 친 할아버님을 뵌 적이 없었는데 오로지 외조(外祖)만이 나의 실질적 노옹의 위풍으로 직접 목격했을 뿐이다. 외조의 고희(古稀) 후 작고 하실 때까지 의 서너 해에는 편찮으셔서 온전한 위엄을 지키실 수가 없었는데 그나마 도 객지에서 공부 한답시고 두어 차례 찾아뵈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 분의 위엄은 실상 60대의 품위가 내게 주신 가장 가까운 어른의 이미지이다. 79세에서 80세의 경계선이 있는가? 그게 그거라는 이도 있고, 또 신비한 선이 완연하다고 도 하니 하늘이 허락한다면 내가 한 번 잘 건너보겠지만 아직은 몇 해가 더 남았는데, 거기를 건너는 경험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축하 파티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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